여고금슬如鼓琴瑟 - 거문고와 비파 합주와 같이 부부가 화합하다.
여고금슬(如鼓琴瑟) - 거문고와 비파 합주와 같이 부부가 화합하다.
같을 여(女/3) 북 고(鼓/0) 거문고 금(玉/8) 큰거문고 슬(玉/9)
모르던 남녀 두 사람이 만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는 부부는 그래서 二姓之合(이성지합)으로 二身同體(이신동체)가 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속담은 서로 싸워도 금방 화해하는 사이라 夫婦之訾 如刀割水(부부지자 여도할수, 訾는 헐뜯을 자)로 한역되기도 했다.
부부는 3주간 서로 연구하여 3개월간 사랑하고, 3년간 싸움을 한 뒤 30년간은 참고 견딘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맞지 않는 것도 맞춰가는 것이 부부생활이다. 그래도 미워하고 헤어지는 부부도 나타나는 법이라 예부터 화합을 바라는 성어가 많이 내려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말이 琴瑟(금슬)일 것이다. 서기전 11세기에서 6세기까지 중국 고대 周(주)나라의 노래를 모은 ‘詩經(시경)’에 등장한다. 琴(금)은 거문고, 瑟(슬)은 큰 거문고를 말하는데 비파를 가리키기도 한단다. 제일 첫 머리가 國風(국풍)이고 周南 關雎(주남 관저, 雎는 물수리 저)에 이것을 썼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 뜯고 저리 뜯고, 아리따운 아가씨를 금슬 좋게 사귀려네(參差荇菜 左右采之 窈窕淑女 琴瑟友之/ 삼치행채 좌우채지 요조숙녀 금슬우지).’ 差는 다를 차 또는 어긋날 치, 荇은 마름풀 행. 얌전하고 정숙한 窈窕淑女(요조숙녀)가 다섯 번이나 반복된다.
거문고와 비파(琴瑟)를 두드리는 것과 같다(如鼓)고 표현한 부부의 화합이 함께 쓰인 부분은 잔치 때 불렸다는 小雅(소아)의 常棣(상체, 棣는 산앵두나무 체)에서다. ‘처자식의 정과 뜻이 잘 맞음이 금슬을 타는 듯하네. 형제 사이도 잘 맞아 화락하고 또한 즐겁도다(妻子好合 如鼓瑟琴 兄弟歸翕 和樂且湛/ 처자호합 여고슬금 형제귀흡 화락차담).’ 翕은 모을 흡, 湛은 즐길 담. 시경 원문은 이 부분에서만 차례가 바뀌어 如鼓瑟琴(여고슬금)으로 나오는데 孔子(공자)가 인용한 中庸(중용)에서나 우리 고전 예문도 모두 같이 따랐다.
금슬이나 슬금이나 이 두 악기가 함께 소리를 내면 화음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고 하여 부부의 화합을 나타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때는 변하여 ‘금실’로 표기하지만 성어는 금슬상화(琴瑟相和), 琴瑟之樂(금슬지락), 和如琴瑟(화여금슬) 등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부부애를 강조해도 거문고와 비파 소리를 듣는 것이 드물어서인지 오래 같이 산 부부가 돌아서는 黃昏離婚(황혼이혼)이 늘어난다고 한다. 여러 사정이 겹쳐 젊은이의 결혼도 기피하는 추세다. 금슬의 화음이 곳곳에 퍼져야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