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0일 수요일

반포보은反哺報恩 - 자식이 부모에 은혜를 갚다, 까마귀의 효성

반포보은反哺報恩 - 자식이 부모에 은혜를 갚다, 까마귀의 효성

반포보은(反哺報恩) - 자식이 부모에 은혜를 갚다, 까마귀의 효성

돌이킬 반(又/2) 먹일 포(口/7) 갚을 보(土/9) 은혜 은(心/6)

‘어버이 살았을 제 섬길 일 다 하여라.’ 조선 가사문학의 거봉 鄭澈(정철)은 부모가 살아계실 때 효도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고 했다. 자식이 봉양하려 하면 이미 부모가 가고 없다고 한탄하는 것이 風樹之嘆(풍수지탄)이다. 중국에선 二十四孝(이십사효)의 이름난 효자를 기리며 성어도 많이 따른다. 인간의 첫 번째 도리로 여긴 우리나라서도 못지않다. 어머니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아이를 묻었다는 孫順埋兒(손순매아)나 각 지역에서 허벅지 살이나 손가락의 피를 바쳤다는 割股療親(할고료친), 斷指注血(단지주혈)의 효자 이야기가 전한다.

특이하게도 효자 이야기에 인간 아닌 까마귀가 들어가는 성어가 있다. 까마귀는 검은 색에 울음소리도 불길하다 하여 凶鳥(흉조)로 쳤다. 하지만 한쪽에는 三足烏(삼족오)라 하여 태양 속에서 산다는 세 발 가진 까마귀를 숭상했고, 새끼가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慈烏(자오) 또는 孝鳥(효조)라 했다. 새끼가 자라서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反哺)을 길러준 은혜를 갚는 것(報恩)이라고 봤다. 反哺之孝(반포지효)는 중국 晉(진)나라 李密(이밀)의 명문 ‘陳情表(진정표)’에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우리나라 출전만 보자.

‘歌曲源流(가곡원류)’는 靑丘永言(청구영언), 海東歌謠(해동가요)와 함께 3대 歌集(가집)에 들어간다. 조선 후기 제자 安玟英(안민영)과 함께 이 책을 편찬한 朴孝寬(박효관)은 그때까지의 가곡을 총정리하고 가인의 귀감이 될 歌論(가론)을 확립했다는 평을 듣는다. 시조 13수가 전하는 중에 한 수를 보자. ‘그 누가 가마귀를 검고 흉하다 했는가/ 반포보은이 이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1908년 개화기에 安國善(안국선)은 신소설 ‘禽獸會議錄(금수회의록)’의 제일 첫머리에 까마귀를 등장시킨다. ‘먹을 것을 물고 돌아와서 어버이를 기르며 효성을 극진히 하여 망극한 은혜를 갚는’ 자신들에 비해 만물 으뜸이라 하는 인간들은 하는 행실이 비리 투성이라 질타한다.

오늘날 효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강요할 필요도 없고, 부모와 함께 하는 가정도 드물어 점차 퇴색되는 실정이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재산문제 등으로 부모를 학대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효의 실천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어버이들은 자식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수시로 안부를 묻는다면 효를 실천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