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5일 금요일

물망재거勿忘在莒 - 거나라에 있을 때를 잊지 말라, 어려웠던 때를 항상 기억하라

물망재거勿忘在莒 - 거나라에 있을 때를 잊지 말라, 어려웠던 때를 항상 기억하라

물망재거(勿忘在莒) - 거나라에 있을 때를 잊지 말라, 어려웠던 때를 항상 기억하라

말 물(勹/2) 잊을 망(心/3) 있을 재(土/3) 감자, 나라이름 거(艹/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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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라는 뜻의 勿忘(물망)이라 하면 대뜸 勿忘草(물망초)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봄과 여름에 걸쳐 남색의 작은 꽃이 줄기 끝에 몰려 피는 꽃이다. ‘나를 잊지 마세요(forget me not)’란 꽃말로 유명하여 노래로, 영화로 자주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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莒(거)나라는 중국 동부 산둥山東/ 산동성에 있었던 周(주)나라의 조그마한 제후국으로 50여년 만에 楚(초)나라에 멸망했다. 거나라에 있을 때(在莒)를 잊지 말라고 한 것은 과거의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며 항상 경계하라는 뜻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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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의 유래에 돈독한 우정을 말하는 管鮑之交(관포지교, 鮑는 절인물고기 포)의 鮑叔牙(포숙아)가 등장한다. 齊(제)나라의 공자 糾(규)를 섬겼던 管仲(관중)과 달리 포숙아는 골육상쟁의 싸움 속에서도 작은 왕자 小白(소백)을 모시고 거나라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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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이 齊桓公(제환공)에 오르자 포숙아는 친구 관중의 능력을 알고 추천했다. 최고의 재상 관중의 보필로 春秋五覇(춘추오패)의 한 사람이 된 환공은 어느 때 중신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여기에서 변함없는 포숙아에게 축하의 말 한 마디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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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을 받들고 포숙아가 나서며 말한다. ‘주공께서는 거나라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일을 잊지 마십시오(使公毋忘出奔在於莒也/ 사공무망출분재어거야).’ 그리고 당부의 말을 잇는다. 관중에게는 魯(노)나라에서 묶여있던 때는 잊지 말며, 짐수레를 밀던 마부 출신의 현신 甯戚(영척, 甯은 차라리 영)에게는 소 먹이 줄 때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呂不韋(여불위)가 최고의 식자를 모아 편찬한 ‘呂氏春秋(여씨춘추)’의 直諫(직간)편에 실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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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후세의 이야기도 있다. 戰國時代(전국시대) 燕(연)나라의 공격을 받은 제나라는 거 지역으로 피했지만 왕이 피살되고 70여개의 성이 함락됐다. 田單(전단)이란 장군의 고군분투로 왕자를 찾아 나라를 다시 세웠다. 이후 제나라에서는 곤경에 처할 때마다 거 땅에 있을 때의 교훈을 새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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毋忘在莒(무망재거)라고도 하는 이 성어는 대만과 본토 사이의 작은 섬 진먼다오金門島/ 금문도의 곳곳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대륙에서 쫓겨난 장제스蔣介石/ 장개석의 친필이라는데 중국군의 포격을 물리친 기개를 살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옛날 제나라 때의 환공과 같이 고생을 잊지 말자는 교훈이 더 크다. 조금만 형편이 펴지면 올챙이 적 생각을 까맣게 잊고 흥청망청 낭비하는 사람들은 이 말이 못마땅하겠지만 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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