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언아사勿言我死 -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
물언아사(勿言我死) -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
말 물(勹/2) 말씀 언(言/0) 나 아(戈/3) 죽을 사(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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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군의 지휘관 중에도 가장 우뚝한 성웅 李舜臣(이순신) 장군이라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壬辰倭亂(임진왜란) 때 왜선을 연파하여 궤멸시킨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 제작이 첫 손 꼽힐 것이다. 이 거북선이 다시 영광을 차지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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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해군연구소가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세계해군 역사상 7대 명품 군함에 선정된 것이다. 忠武公(충무공)의 시호를 독점하는 이런 업적 외에 장군의 명언 중에서도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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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게 피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가 있다. 장군의 좌우명으로 전투를 할 때마다 이런 각오였으니 연전연승했으리라. 그 뒤에 따르는 말까지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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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夫當逕 足懼千夫(일보당경 족구천부, 逕은 길 경)는 죽기로 싸운다면 한 사람이 길을 막아도 천 사람을 두렵게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吳子(오자)의 治兵(치병)편에 요행을 바라면 죽는다는 必死則生 幸生則死(필사즉생 행생즉사)로 나온다는데 목숨을 건 각오이니 그보다 더욱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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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我死)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勿言)’고 한 이 말도 숨을 거둘 때까지 오직 왜적에 대한 승전과 나라를 위한 임무 완수의 정신이 투철한 데서 나왔다. 왜적이 장군의 용맹에 겁을 먹은 상태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도리어 역습을 하여 아군이 불리해지는 것을 염려했다. 이런 장군도 초기에는 지극히 관운이 없었다. 무과에 급제하고서 평안도와 함경도 등지의 변방을 15년 동안 전전하다 46세 때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에 제수된 것이다. 왜란 발발 1년 2개월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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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국의 침략이 있을 것에 예상하여 전선을 건조하고 군비를 확충하는 등 철저한 대비를 했기 때문에 1592년 4월 왜란이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맞아 적선을 불태웠다. 玉浦(옥포)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閑山島(한산도) 대첩과 1597년 丁酉再亂(정유재란) 때의 鳴梁(명량)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露梁(노량)에서 철수하던 적선을 대파하고도 유탄에 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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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싸움이 지금 한창 급하니 조심하여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戰方急 愼勿言我死/ 전방급 신물언아사)’는 말을 남기고 바로 숨이 끊어졌다고 ‘李忠武公全書(이충무공전서)’ 등에 기록돼 있다. 그 자리에서 조카인 李莞(이완)이 장군의 죽음을 숨긴 채 전투를 독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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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1545년 음력으론 3월8일)이다. 충무공의 높은 충의를 길이 빛내고 후손들에 애국정신을 높이기 위해 기념일로 제정됐다. 기념행사의 규모가 부침이 있었지만 애국, 희생의 충무공 정신만은 우리 모두가 새길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