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너무 까다롭게 굴면 사람이 떠난다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너무 까다롭게 굴면 사람이 떠난다.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너무 까다롭게 굴면 사람이 떠난다.\xa0

물 수(水/0) 맑을 청(氵/8) 없을 무(灬/8) 큰 대(大/0) 고기 어(魚/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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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 原則(원칙)이다. 조그만 일이나 급한 일이라 하더라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베는 석 자라도 틀은 틀대로 해야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고지식하게 원칙을 지켜야 할까. 링컨이 말했다. ‘중요한 원칙들은 융통성이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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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생활하면서 지나치게 원칙을 지키고 똑똑한 체 엄하게 굴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기 마련이다. 강직한 것도 경우에 따라서 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이 너무 맑으면(水淸) 큰 고기가 모이지 않는다(無大魚)는 말도 이런 교훈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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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後漢(후한) 초기 班超(반초, 33~102)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는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不入虎穴不得虎子/ 불입호혈부득호자)’란 말을 남긴 유명한 무장이다. 학문에 뜻을 두고서는 빈한한 생활을 면치 못한다고 일찍 단념하고 무예를 익혀 匈奴(흉노) 지배 아래 있던 50여 나라를 복속시킨 공을 남겼다. 그의 집안도 화려하여 아버지 班彪(반표)를 이어 형 班固(반고)는 역사서 漢書(한서)를 지었고, 누이 班昭(반소)는 여류시인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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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초가 서역을 다스리는 都護(도호)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후임으로 가게 된 任尙(임상)이란 사람이 부임 인사차 찾아왔다. 아울러 변경을 잘 통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를 원했다. 반초는 변방에 나가 있는 사람은 모두 거친 사람들이라 다스리기가 어렵다면서 임상의 조급한 성격이 문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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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너무 맑으면 큰 물고기는 살지 않는 법이고, 정사도 너무 엄하게 살피면 아랫사람과 화합할 수가 없다네(水清無大魚 察政不得下和/ 수청무대어 찰정부득하화).’ 임상은 너무 평범한 조언에 실망하고 안하무인으로 다스리다 5년이 안 돼 모두 지배권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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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漢(전한)의 戴德(대덕)이 편찬한 ‘大戴禮記(대대예기)’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다(水至清則無魚 人至察則無徒/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 이런 좋은 말을 따른다고 너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제재가 기다린다. 사람을 모은다고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모두 개방해서는 나중에 패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되 경우에 따라 잘 판단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남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