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투서기기投鼠忌器 -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렵다.

투서기기投鼠忌器 -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렵다.

투서기기(投鼠忌器) -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렵다.

던질 투(扌/4) 쥐 서(鼠/0) 꺼릴 기(心/3) 그릇 기(口/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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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이득을 안기는 것이라곤 도무지 없다. 쥐란 조그만 동물이 잘 하는 것은 음식을 훔치고 병균을 옮기는 일이다.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이나 실험실에서 희생되는 쥐가 있지만 왕성하게 번식하는 숫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이 고약한 쥐를 보고도 잡지 못하니 분통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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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들어간 쥐가 눈을 깜박거리며 쌀을 축내는 중인데도 쌀독 깰까봐 어쩌지 못할 경우다.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는 속담이 나온 연유다. 쥐에게 물건을 던져서 때려잡고 싶지만(投鼠) 곁에 있는 그릇을 깰까 두려워하여(忌器) 속만 태운다는 말은 나쁜 습관이지만 오랫동안 편하게 지냈던 터라 고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이상의 불편이 따를 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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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임금 곁의 간신을 제거하려 해도 임금에게 누가 미칠까 두려워한다는 말에서 나왔다. 시문에 뛰어나고 제자백가에 능통하여 약관의 나이로 최연소 박사가 된 賈誼(가의, 서기전200~서기전168)는 前漢(전한)의 6대 황제 景帝(경제) 때 많은 제도를 개정하고 관제를 정비하기 위한 많은 의견을 상주했다. 당시 왕의 측근에 위세를 부리는 한 무리의 측근들을 알고 있었으나 황제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하여 어찌하지 못했다. 어느 때 가의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하고 왕을 알현한 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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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는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쥐를 때려잡고 싶지만 그릇을 깰까봐 겁낸다(俚諺曰 欲投鼠而忌器/ 리언왈 욕투서이기기)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하면서 계속 이어간다. 俚는 속될 리. 쥐가 구멍에서 나와 주인에게 들켰을 때 재빨리 쌀독에 숨었는데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지 물으니 왕은 쥐를 잡으면서 독도 깨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답했다. 가의는 같은 이치로 왕의 주위에 횡포를 부리는 신하가 많지만 아무도 말을 못하는 것도 항상 곁에 두기 때문이라고 아뢰었다. 班固(반고)가 쓴 ‘漢書(한서)’의 가의전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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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을 알면서 부작용을 두려워해 미루고 미룬 결과는 더 큰 난관이 가로막기 마련이다. 기업의 문제점은 진작에 들어왔어도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뿐 남의 일이었다. 정피아, 관피아 등이 대거 낙하산을 펼쳤던 기업 구조조정은 곪은 뒤에야 마지못해 손을 댄 이유다. 더 튼튼한 쌀독을 위해선 작은 것은 과감히 깨뜨릴 필요도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