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5일 금요일

민귀군경民貴君輕 - 백성은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

민귀군경民貴君輕 - 백성은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

민귀군경(民貴君輕) - 백성은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

백성 민(氏/1) 귀할 귀(貝/5) 임금 군(口/4) 가벼울 경(車/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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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天心(천심)’이란 말이 있다. 백성의 마음은 하늘의 뜻과 같으니 그들과 어긋나게 해서는 나라가 성립될 수 없다는 속담이다. 국가는 거주하는 국민의 것이니 그들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면 혁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이 말했다. 하지만 헌법이 없었던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말기의 유교 사상가 孟子(맹자)는 링컨보다 까마득히 먼저 백성들을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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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백성이 원하지 않으면 天子(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으며, 올랐다 하더라도 내려와야 한다고 혁명을 인정했다. 폭군 桀紂(걸주)가 쫓겨난 것은 민심 잃은 사람을 처단한 것이라 본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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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도덕을 바탕으로 한 王道(왕도)정치와 백성을 근간으로 하는 民本(민본)정치를 주장했다. 이 정도로 앞선 생각을 가졌으니 백성은 당연히 귀하고(民貴) 임금은 가볍다(君輕)고 볼 수밖에 없다. ‘맹자’의 盡心(진심) 下篇(하편)에 실린 말씀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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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대단하지 않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천자나 제후가 제사를 지내던 토지신이 社(사), 곡물신이 稷(직)인데 이 둘을 합쳐 나라의 의미로 사용됐다. 땅과 곡식이 백성들의 삶과 직결되므로 왕가의 선조인 宗廟(종묘)와 함께 복을 비는 제사를 모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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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설명은 이어진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가 되며,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가 된다고 하여 역시 백성을 우선했다. 살진 희생을 마련하고 정결한 곡식으로 제사를 지내도 가뭄이 들거나 물난리가 나면 사직의 신을 바꾸듯이 사직을 위태롭게 하는 제후가 있으면 또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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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송)의 朱熹(주희, 熹는 빛날 희)가 주석문을 덧붙여 저술한 ‘孟子集註(맹자집주)’는 이 부분을 제후가 무도하여 사직이 멸하면 ‘마땅히 어진 임금으로 바꾸어 세우니 임금이 사직보다 가볍기 때문(則當更立賢君 是君輕於社稷/ 즉당경립현군 시군경어사직)’이라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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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나 지도급 인사 치고 국민을 모든 것에 앞세운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비록 한 표를 가진 유권자라도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높은 자리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온갖 달콤한 말로 목표한 권력을 잡게 되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듯 眼下無人(안하무인)인 사람이 흔하다. 민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이러한 태도는 곧 버림을 받는다는 것을 잊기 때문에 權不十年(권불십년)이 되풀이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