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6일 토요일

오유선생烏有先生 -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람

오유선생烏有先生 -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람

오유선생(烏有先生) -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람

까마귀 오(灬/6) 있을 유(月/2) 먼저 선(儿/4) 날 생(生/0)

까마귀 烏(오) 글자는 새 鳥(조)와 비슷하지만 한 획이 빠져 조류에 끼워주지 않고 불 灬(화) 부수에 넣는다. 왜 그럴까. 몸체가 온통 검은 까마귀는 눈까지 까매 보이지 않으므로 점을 뺀 글자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까마귀라는 뜻 외에 烏骨鷄(오골계)에서 보듯 ‘검다’는 것을 뜻하고 ‘탄식하다, 왜, 어찌’ 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烏有(오유)는 ‘어찌 있겠느냐’는 뜻으로, 있던 사물이 없게 되는 것을 이른다. 나아가 점잖게 선생을 붙이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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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前漢(전한)의 문인 司馬相如(사마상여, 기원전 179~117)는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賦(부)의 대표적 작가로 일컬어진다. 그는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나라 재상 藺相如(인상여, 藺은 골풀 린)를 흠모하여 이름을 따랐다고 했다. 또 卓文君(탁문군)과의 사랑으로 家徒四壁(가도사벽)의 가난을 이겨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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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것보다 빼어난 문장으로 직접 서술하는 산문인 부는 한대에 특히 성행했다고 한다. 대표작 ‘子虛賦(자허부)’와 그에 이은 후편 ‘上林賦(상림부)’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앞의 오유, 子虛(자허), 亡是公(망시공)선생이다. 이름만 봐도 자허(헛것), 어찌 있으리오(오유), 이런 것이 없다(망시공) 등 가공인물을 등장시켜 풍자하는 내용이다.

楚(초)의 사신으로 齊(제)나라에 간 자허가 자국의 성대한 수렵의 모습을 자랑하자, 오유선생은 지지 않고 땅의 광활함을 내세우고, 이를 지켜본 망시공은 모두 잘못됐다고 꾸짖는다. 천자제후의 호화로운 수렵을 꼬집고 군주에 근검절약을 깨우치는 깊은 뜻을 포함했다. ‘史記(사기)’와 ‘漢書(한서)’에 두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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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서도 사람이 사라지거나 소식이 없을 때 자주 사용했다. 고려 말기 문신 牧隱(목은) 李穡(이색, 1328~1396)의 ‘午睡(오수)‘라는 시에는 잠을 깨운 아이들을 혼내려 하였더니 사라졌다며 노래한다. ’아이놈들이 모여들어 서로 떠들면서(童稚聚相喧/ 동치취상훤), 악다구니하는 소리 홀연히 귀에 들려(聲急忽觸耳/ 성급홀촉이), 잠을 깨고 불러다가 혼내려 하였더니(覺來欲相質/ 각래욕상질), 모조리 오유선생이요 무시공일세(烏有與亡是/ 오유여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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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상식에 어긋나는 사람을 종종 본다. 높은 사람일수록 이전의 잘못을 까마득히 잊고 떵떵거린다. 모두 존재하지 않아야 할 오유들이다. 이들은 건망증이 심하다는 까마귀 고기를 먹은 오유선생임에 틀림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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