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영시식蠅營豕息 - 파리가 앵앵거리고 돼지가 씩씩대다, 이익만 보면 체면 없이 달라붙다.
승영시식(蠅營豕息) - 파리가 앵앵거리고 돼지가 씩씩대다, 이익만 보면 체면 없이 달라붙다.
파리 승(虫/13) 경영할 영(火/13) 돼지 시(豕/0) 쉴 식(心/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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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말은 드물다. 독침도, 날카로운 부리도 없지만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을 찾아 날아다니는 파리는 인간에게 불쾌감을 주고 병균을 옮기니 좋아할 수 없다. 남을 미워할 줄 모르는 시인도 ‘썩은 쥐인지 만두인지 분간도 못하고, 흰 옷에는 검은 똥칠, 검은 옷에는 흰 똥칠’한다고 파리를 욕한다(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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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더하다. 사람에게 고기를 제공하고 각종 제사 때는 온 몸을 희생한다. 그래도 미련하거나 탐욕의 대명사가 된다. 파리가 앵앵거리고(蠅營) 돼지가 먹을 것을 찾아 씩씩거린다는(豕息) 이 성어는 조그만 이익에도 체면 없이 달라붙는 사람들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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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왱왱대며 나무에 앉는 것을 간신에 비유한 것은 고대 중국 시모음집 ‘詩經(시경)’에서 비롯됐다. 小雅(소아)편의 靑蠅(청승)에 ‘윙윙대는 쉬파리 울타리에 앉았네(營營靑蠅 止于樊/ 영영청승 지우번)’하며 임금 주변에 시끄럽게 꼬여대는 간신들을 멀리 하라고 노래했다. 樊은 울타리 번. 淸(청)나라 때의 학자 王侃(왕간, 侃은 강직할 간, 1795~?)은 ‘江州筆談(강주필담)’에서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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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하던 땅에 갑자기 똥을 버리면(淸淨地忽有遺矢/ 청정지홀유유시), 파리 떼가 몰려들어(蠅蚋營營/ 승예영영) 내쫓아도 다시 달라붙는다(驅之復集/ 구지부집).’ 그래도 하루만 지나면 흔적도 없는데 세상 사람들이 권세와 이익을 따르는 것과 닮았다고 꼬집는다. 蚋는 독충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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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이 귀양살이할 때 黃君(황군)이라는 제자가 찾아와 집 이름을 醉夢齋(취몽재)로 짓고 취해 살다 가겠다며 글을 부탁했다. 다산은 제자가 성취한 것은 없으나 사람됨이 뛰어나고 순수하며 허세가 없다고 칭찬한다. ‘세상 사람들을 보면 파리처럼 분주하고 돼지처럼 씩씩대는데(視世之蠅營而豕息者/ 시세지승영이시식자), 그들과 비교하면 꽤 분명히 깨인 사람이다(殆了了然醒而悟者也/ 태료료연성이오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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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興(감흥)’이란 시엔 豕息(시식)을 거친 숨 내쉰다는 표현으로 썼다. ‘세상살이 음주와 흡사하거니, 처음에 마실 때는 한두 잔(涉世如飮酒 始飮宜細斟/ 섭세여음주 시음의세짐).. 몽롱한 정신으로 백 잔 마시고, 거친 숨 몰아쉬며 계속 마시네(沈冥倒百壺 豕息常淫淫/ 침명도백호 시식상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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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씩씩거리며 먹이를 찾는 것 대신 개가 등장하는 蠅營狗苟(승영구구)도 있다. 눈앞의 먹이를 보고 딴 놈이 가로챌까 두려워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구차한 개는 唐(당)나라의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인 韓愈(한유, 愈는 나을 유)의 送窮文(송궁문)에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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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곤충이나 짐승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떳떳하지 못하게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은 숱하다. 남이 손가락질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은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척한다. 그러다 들통이 나면 모두 남 탓, 주위의 환경 탓을 한다. 탓할 줄 모르는 파리나 돼지보다 못한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