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수도호손산樹倒猢猻散 -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이 흩어진다.

수도호손산樹倒猢猻散 -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이 흩어진다.

수도호손산(樹倒猢猻散) -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이 흩어진다.

나무 수(木/12) 넘어질 도(亻/8) 잔나비 호(犭/9) 원숭이 손(犭/10) 흩을 산(攵/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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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세력의 방패막이 아래서 안온한 생활을 하다 위의 힘이 다하여 자신을 막아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거느리는 윗사람이 잘 해야 그 성원들이 행복할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 아랫사람이 취하는 행동 중 은혜를 입었으므로 충성을 다하여 끝까지 행동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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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드물지만 보금자리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巢毁卵破(소훼난파)가 될 것이다. 반면 자기 살길을 찾아 各自圖生(각자도생)하는 경우는 나무가 무너지면 그 곳에 깃들어 살던 새가 날아간다는 樹倒鳥飛(수도조비)란 말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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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쓰러지면(樹倒) 그 곳에서 살던 원숭이들도 흩어진다(猢猻散)는 이 성어도 우두머리가 낭패를 당해 망하면 그 수하들까지 줄줄이 패가망신한다는 의미다. 猢猻(호손)은 沐猴而冠(목후이관)처럼 후베이(湖北) 성에 사는 원숭이의 종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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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명)나라 때 陶宗儀(도종의)의 ‘說郛(설부, 郛는 외성 부)’에 실린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宋(송)나라 때 승상 秦檜(진회, 檜는 전나무 회)는 岳飛(악비)를 모함하여 살해한 희대의 간신이었다. 曺詠(조영)이라는 사람이 이에 빌붙어 관직이 시랑에 이르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 지경으로 거들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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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손위 처남인 厲德新(여덕신, 厲는 갈 려)만은 아부하여 얻은 관직이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영을 멀리 했다. 과연 진회가 죽자 그를 추종하던 무리들이 모두 실각했고 조영도 오지로 좌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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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덕신이 이런 자들을 풍자하는 글을 지었는데 제목이 樹倒猢猻散賦(수도호손산부)였다. 진회를 큰 나무에, 조영과 같은 무리들을 그 나무에 사는 원숭이에 비유하여 권세를 믿고 백성을 괴롭힌 악행을 폭로한 뒤, 큰 나무가 쓰러져서 원숭이들도 사방으로 흩어져 온 나라가 기뻐할 일이라는 내용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