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부운 하족문世事浮雲 何足問 – 세상일 뜬구름이니 어찌 물을 가치 있겠는가
세사부운 하족문(世事浮雲 何足問) – 세상일 뜬구름이니 어찌 물을 가치 있겠는가
인간 세(一/4) 일 사(亅/7) 뜰 부(氵/7) 구름 운(雨/4) 어찌 하(亻/5) 발 족(足/0) 물을 문(口/8)
뜬 구름은 막연하거나 허황된 것을 가리킨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뿐이란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허망하다. 짧은 인생은 말할 것도 없다. 삶과 죽음에 대해 조선 중기 고승 西山大師(서산대사, 1520~1604)는 딱 맞아 떨어지는 글을 남겼다.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으니,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러하다(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xa0
부질없는 것을 뜬 구름에 비유한 것은 孔子(공자)가 먼저다. ‘論語(논어)’ 述而(술이)편에서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베개하여 누워도 즐거움은 그 가운데 있다고 한 구절 뒤에 이어진다. ‘의롭지 않으면서 부귀를 누리는 것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는 뜬 구름같이 허망한 것이란 가르침이다.
唐(당)나라의 화가이자 자연시인인 王維(왕유, 701~761)도 세상일이란 뜬 구름과 같다는 명구를 남겼다. 왕유는 維摩經(유마경)에 나오는 거사 이름을 따 자를 摩詰(마힐)로 지을 정도로 불교에 심취한 시를 많이 써 詩佛(시불)이라 불린다. 산수화에도 뛰어나 宋(송)나라 문호 蘇軾(소식)은 그의 시를 평하여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 시중유화 화중유시)’고 극찬하기도 했다. 왕유가 낙향해 살 때 시를 주고받으며 함께 지낸 친구 裵迪(배적)이 과거에 계속 낙방하자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을 지어 위로했다.
‘그대에게 술 부어 권하니 마음 너그럽게 가지게, 인정이란 출렁이는 물결처럼 뒤집히는 것(酌酒與君君自寬 人情翻覆似波瀾/ 작주여군군자관 인정번복사파란)’으로 시작하여 ‘세상일 뜬구름만 같으니 물어 무엇 하리오, 높이 누워 조용히 맛있는 것 먹느니만 못하다네(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세사부운하족문 불여고와차가찬)’로 마무리한다. 이런저런 일로 부대끼지 말고 관조하며 살자는 내용이다.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본래 실상이 없어 결국에는 다 부질없는 것이 된다. 부를 위해, 명예를 위해 앞만 보고 아등바등 살아도 갈 때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간다. 선인들의 가르침으로 이런 교훈을 잘 새기면서도 실제 부닥치면 욕심이 앞서니 안타까운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