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치재 乖氣致災 - 어그러진 기운이 재앙을 불러 오다.
괴기치재 (乖氣致災) - 어그러진 기운이 재앙을 불러 오다.
어그러질 괴(丿/7) 기운 기(气/6) 이를 치(至/4) 재앙 재(火/3)
불여튼튼이란 말을 흔히 쓴다. 같지 않다는 不如(불여)에 갖다 붙여 자주 쓰는 조어로 보이지만 사전에도 올라 있다. 모든 일에 튼튼하게 대비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한술 더 떠 萬事不如(만사불여)튼튼이라고 까지 한다. 일이 터지기 전에 잘 준비하라는 교훈이다. 그런데도 갑작스런 사고나 재해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은 알면서도 대비를 게을리 했거나, 눈가림으로 대충 했을 경우가 많아 人災(인재)라고 욕을 먹는다.\xa0
어그러진 기운(乖氣)이 재앙에 이르게 된다(致災)는 이 성어는 사소한 조짐을 놓쳤다가 나중 큰 화를 입게 되는 것을 뜻한다. 乖(괴)는 서로 어긋나 동떨어진 상태를 이르는 乖離(괴리)나 마음은 끌리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牽攣乖隔(견련괴격, 攣은 손발굽을 련) 등 어려운 말에 쓰인다.
이 성어는 먼저 나오는 ‘後漢書(후한서)’에 전해지는 말이라면서 전한다. 四知先生(사지선생)이라 불린 청렴의 대명사 後漢(후한)의 楊震(양진) 열전에 언급된다. ‘화합된 기운은 상서로움을 불러오고, 어그러진 기운은 재앙을 불러온다(和氣致祥 乖氣致災/ 화기치상 괴기치재)’라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운이 먼저 뻗친다고 했다.
이 짧고도 대조적인 명구는 우리나라의 고전에서 약간씩 바뀌면서 더 많이 사용됐다. 栗谷(율곡) 李珥(이이, 1536~1584, 珥는 귀고리 이)의 선조를 위한 제왕학 ‘聖學輯要(성학집요)’ 내용을 옮겨보자. ‘임금이 능히 선정을 행하여 화한 기운이 위에 감응하면 아름다운 상서가 이르고, 무도한 일을 많이 행하여 괴이한 기운이 감응되면 재앙이 일어납니다(人君能行善政 和氣感乎上 則休祥至焉 多行非道 乖氣感乎上 則災異作焉/ 인군능행선정 화기감호상 즉휴상지언 다행비도 괴기감호상 즉재이작언).’
孤山(고산) 尹善道(윤선도, 1587~1671)의 상소에는 ‘화기는 상서를 불러오고 괴기는 혼란을 불러오는 법이니 외구가 일어나는 것은 반드시 내치의 부족에서 기인한다(和氣致祥 乖氣致亂 外寇之興 必因內治之不足/ 화기치상 괴기치란 외구지흥 필인내치지부족)’라고 썼고, 實錄(실록)이나 承政院日記(승정원일기) 등에는 和氣致祥 乖氣致異(화기치상 괴기치이)로 이변이 따른다고 했다.\xa0\xa0질병이나 재난은 미리 철저히 대비하면 대부분 막을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