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단학속부斷鶴續鳧 -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 다리에 붙이다.

단학속부斷鶴續鳧 -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 다리에 붙이다.

단학속부(斷鶴續鳧) - 학의 다리를 잘라 오리 다리에 붙이다.

끊을 단(斤/14) 학 학(鳥/10) 이을 속(糸/15) 물오리 부(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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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보다 목이 더 길고, 거기다 다리까지 길어 학이 불안하다고 잘라준다면(斷鶴) 고마워할 리 없다. 마찬가지로 다리가 짧아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흉하다며 오리에 다리를 붙여준다 해도(續鳧) 마찬가지다. 이럴 때 바로 연상되는 것이 그리스 神話(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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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한다고 데려와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는 흉악범이다. 길거나 짧거나 모든 사물에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잘 살아가고 있는데 그 이치에 어긋난 행동을 억지로 하려는 것을 깨우친다. 유명한 신화만큼 똑같은 성어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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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때의 사상가 莊子(장자)는 우주본체를 寓言寓話(우언우화)로 재미있게 설명한다. 그가 쓴 ‘장자’ 外篇(외편)의 騈拇(변무)편에는 자연의 도를 비유한 대목이 있다. 騈은 쌍말 변이란 훈음이지만 육손이란 뜻도 있고, 拇는 엄지손가락 무. 부분을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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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서 가장 바른 길을 가는 사람은 마음의 본바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엄지발가락과 둘째가 붙어 발가락 네 개인 사람이나, 엄지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육손이라 하더라도 본인은 싫어하지 않는다. 오리 다리가 비록 짧아도 다른 것을 붙여주면 걱정할 것이고, 학의 다리가 길어도 끊어주면 슬퍼하는 법이다(是故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 시고부경수단 속지즉우 학경수장 단지즉비). 본래부터 긴 것은 끊을 것이 아니요, 짧은 것은 이을 것이 아니다. 천성대로 두어 두면 근심은 스스로 없어질 것이다(故性長非所斷 性短非所續 無所去憂也/ 고성장비소단 성단비소속 무소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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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유가가 중시하는 인의와 예악을 삶의 참된 모습이 아닌 허례와 허식으로 보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인을 중시하는 사람은 덕을 빼내고 본성을 뽑아내며 세상 사람들에게 따를 수 없는 법도를 받들라고 부추기는 것이라고 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