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사표음簞食瓢飮 - 대나무 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
단사표음(簞食瓢飮) - 대나무 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
소쿠리 단(竹/12) 먹을 식, 밥 사(食/0) 표주박 표(瓜/11) 마실 음(食/4)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처럼 가난을 모두 두려워한다. 하지만 즐기는 것은 아니라도 최소한 가난에 굴하지 않고 더불어 생활한 安貧樂道(안빈낙도)의 삶도 예부터 많이 전해진다. 그 중에서 가난하면서 의연히 학문을 닦아 이 성어를 낳은 孔子(공자)의 수제자 顔回(안회)의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허술한 대 밥그릇에 담은 밥(簞食)과 표주박에 든 물(瓢飮)만으로 지냈다 하여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이르기도 한다. 여기서 본뜬 것은 아닐지라도 ‘가난하다는 말은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로마 세네카는 명언을 남겼다.
공자의 3000명 제자 중에서 뛰어난 70인을 七十子(칠십자)나 七十二賢(칠십이현)라고도 부른다. 그중 고락을 함께한 10명을 孔門十哲(공문십철)로 압축하는데 언제나 첫손에 꼽히는 제자가 顔淵(안연, 안회의 자)이다. 학문과 재능이 뛰어나 후세에 顔子(안자)나 亞聖(아성)으로까지 불렸다.
안연은 평생 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빈한하여 끼니 거르기를 밥 먹듯 했지만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학문에 힘썼다. 공자는 어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대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 물만 마시면서 누추한 곳에 산다면 다른 사람은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구나(一簞食一瓢飮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일단사일표음재누항 인불감기우 회야불개기락).’ 論語(논어) 雍也(옹야, 雍은 화할 옹)편에 나온다. 하지만 안연이 스승의 기대를 살리지 못하고 31세에 요절하자 공자는 대성통곡하며 하늘을 원망했다.
오늘날은 옛날보다 풍요로워 안연처럼 청빈의 생활을 요구하지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지표상으로는 이전보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높아졌어도 여전히 가난을 느끼는 사람은 많다. 동반성장이 되지 않아 부가 부자에게만 몰리고 가난한 사람은 자꾸 오그라드는 빈부격차 때문이다. 앞날도 희망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 획기적인 성장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원하지 않는 단사표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