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옹호구海翁好鷗 - 바닷가 노인이 갈매기를 좋아하다.
해옹호구(海翁好鷗) - 바닷가 노인이 갈매기를 좋아하다.
바다 해(氵/7) 늙은이 옹(羽/4) 좋을 호(女/3) 갈매기 구(鳥/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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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과 조수가 밀려드는 강 하구서 군무를 펼치는 갈매기,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깨우쳐주는 갈매기(리처드 바크). 그런데 바닷가에 사는 노인(海翁)이 갈매기를 좋아한다(好鷗)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갈매기를 좋아해주면 따르지만 흑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미물이라도 그것을 알고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列子(열자)’의 고사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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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는 성이 列(열)이고 이름은 禦寇(어구)인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사상가다. 老子(노자), 莊子(장자)와 함께 道家(도가)의 주요 경전으로 치는 열자는 후세에 많이 가필한 것이라지만 주옥같은 내용들로 無爲(무위)의 도를 따르고 자연에 순응하라는 유익한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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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帝(황제)편에 실려 있는 내용을 보자. ‘바닷가에 사는 한 사람이 갈매기를 무척 좋아했다. 매일 아침 바닷가로 나가 갈매기들과 어울려 놀았는데 많을 땐 200마리가 넘게 모여들었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갈매기들이 너를 잘 따른다고 하니 자신도 갖고 싶다면서 잡아오도록 부탁했다. 아들이 다음 날 아버지의 청을 들어주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으나 갈매기들은 그의 머리 위만 맴돌 뿐 내려오지 않았다(明日之海上 漚鳥舞而不下也/ 명일지해상 구조무이불하야).’ 漚는 담글 구이지만 갈매기 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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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는 이 이야기 끝에 덧붙인다. ‘지극한 말이란 말을 떠나는 것이고 지극한 행위란 작위가 없는 것이다. 보통 지혜 있는 자들이 안다고 하는 것은 곧 천박한 것이다(至言去言 至爲無爲 齊智之所知 則淺矣/ 지언거언 지위무위 제지지소지 즉천의).’ 도덕이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말도 없고 작위도 없으니 미물인 새도 함께 어울리지만 일단 욕망을 가지면 멀리 하게 된다고 깨우친다. / 제공 : 안병화 (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