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群鷄一鶴 - 닭 무리속의 한 마리 학, 여럿 중에서 뛰어난 사람
군계일학(群鷄一鶴) - 닭 무리속의 한 마리 학, 여럿 중에서 뛰어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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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군(羊/7) 닭 계(鳥/10) 한 일(一/0) 학 학(鳥/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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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 중에서는 뛰어난 사람도 있다.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조그마한 재주가 있어도 표가 난다. 이런 경우는 庸中佼佼(용중교교)다. 더 큰 재주를 지녔다면 ‘닭이 천이면 봉이 한 마리 있다’고 하여 봉이 나서지 않아도 저절로 눈에 띈다. 봉이 아니라도 닭의 무리 속에서(群鷄) 부리와 다리가 길어 우뚝한 학이 홀로(一鶴) 서 있을 때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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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 가운데 뛰어난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 많이 있는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말이다. 앞서 소개한 鶴立鷄群(학립계군)과 같이 唐(당)나라 房玄齡(방현령) 등이 엮은 ‘晉書(진서)‘의 嵆紹(혜소, 嵇는 산이름 혜)를 가리킨 말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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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漢(후한)이 멸망한 뒤 혼란한 세상을 등지고 초야에 묻혀 悠悠自適(유유자적)하는 사람이 많았다. 명리는 티끌보다 못하게 여기고 술을 즐기며 시로 나날을 보냈는데 대표적인 인물들이 竹林七賢(죽림칠현)이다. 이 중 晉(진)나라의 嵇康(혜강)의 아들이 혜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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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강은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지만 반유교적 사상으로 권력층의 미움을 받던 중 무고를 받은 친구를 변호하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열 살인 혜소가 장성하자 아버지의 친구이자 역시 칠현 중의 한 사람인 山濤(산도)가 부자간의 죄는 서로 미치지 않는다며 왕에게 적극 추천하여 비서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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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소가 처음 수도인 洛陽(낙양)으로 왔을 때 어떤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철현의 한 사람인 王戎(왕융)에게 전한다.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궁궐로 가는 모습이 ‘의젓하고 늠름하여 마치 닭의 무리 속에 있는 한 마리의 학과 같았다(昂昂然如 野鶴之在雞群/ 앙앙연여 야학지재계군)’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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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소의 부친을 잘 아는 왕융은 아버지가 떠 뛰어났다고 말해 주었다. 이렇게 우뚝한 혜소는 그러나 관직생활이 불행했다. 진나라 말기 司馬(사마)씨의 왕족 8명이 난립하여 八王(팔왕)의 난을 벌였을 때 혜소가 왕을 호위하다 반란군의 화살에 맞아 숨을 거뒀다. 혜소가 흘린 피로 어의가 벌겋게 물들었으나 왕은 충절의 피라며 빨지 못하게 했다. 忠穆(충목)이라 시호를 받은 혜소는 이후 충절의 대명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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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무리 중에서 우뚝한 존재라면 어떤 재주라도 앞선다고 인정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서로가 잘났다고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면 뛰어난 사람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말하듯 조금이라도 뛰어난 존재는 깎아내리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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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의 사회에서 앞서는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은연중 약점을 찾기 마련인데 정치 지도자들은 상대방의 정 때릴 곳을 찾느라 눈이 벌겋다. 경쟁을 하더라도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고 사생결단으로 흠을 찾아 매장시킨다. 이렇게 해서는 한 마리의 학도 나타나지 못하고 닭만 우글거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