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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일 토요일

불합시의不合時宜 - 때와 장소에 맞지 않다.

불합시의不合時宜 - 때와 장소에 맞지 않다.

불합시의(不合時宜) - 때와 장소에 맞지 않다.

아닐 불(一/3) 합할 합(口/3) 때 시(日/6) 마땅 의(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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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의 사정에 잘 들어맞는 것이 時宜(시의)다. 때와 장소에 따라 그에 맞아야 잘 돌아가는 것이 세상이치인데 그렇지 못하고 적합하지 않은(不合) 경우가 많아 삐걱거린다. 아는 사람이 많아 낯이 넓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엉뚱한데 얼굴을 들이민다면 단번에 낯이 두껍다는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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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이 나온다면 한때 유행했던 트로트 노래 제목처럼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며 핀잔받기 십상이다. 알맞은 때가 있고 적합한 장소가 있기 마련인데 그렇지 못해 어긋난 사례가 중국 後漢(후한) 역사가 班固(반고)의 대작 ‘漢書(한서)’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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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漢(전한) 말기 13대 哀帝(애제)는 20세에 황제가 된 후 자주 병을 앓았다. 모후도 병으로 세상을 뜨자 夏賀良(하하량)이란 사람이 나서 글을 올렸다. 즉위한 뒤의 변고는 천명을 따르지 않아서인데 연호를 바꿔야만 수를 더하고 재화를 면할 수 있다고 했다. 애제가 太初(태초)를 연호로 하고 대사면을 내리는 등 건의를 받아들였으나 질병은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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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대신들이 반대에 나서자 하하량의 뒤를 캐보니 사기꾼에 지나지 않았다. 황제가 조서를 내렸다. 하하량 등의 말과 행동은 ‘모두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고 시대에 맞지 않다(皆違經背古 不合時宜/ 개위경배고 불합시의)’며 대사면을 제외하고 모두 폐기했다. 하하량은 사형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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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北宋(북송)의 蘇軾(소식)에게 성어와 관련 재미있는 일화가 따른다. 아호 東坡(동파)로 시서화에 모두 뛰어났던 그는 곧잘 조정의 폐단을 지적하는 상소를 올렸고 그로 인해 많은 대신들의 미움을 샀다. 하루는 울적하여 후원을 거닐 때 시동에게 자기 배를 가리키며 여기 무엇이 들어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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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들어 있다, 지식이 가득하다고 각각 말해도 고개를 흔들자 총명한 시첩 朝雲(조운)이 나섰다. ‘학사님의 배 안에는 시류에 맞지 않는 고집이 가득합니다(學士一肚皮 不合時宜/ 학사일두피 불합시의).’ 肚는 배 두. 동파는 역시 조운이라며 그녀가 일찍 병사하자 六如亭(육여정)을 짓고 애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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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에 넘치는 자리에 함부로 나서면 곧 들통이 나 하하량처럼 목숨을 잃는다. 뛰어난 재주를 갖고서도 때와 장소, 경우에 맞지 않으면 목숨은 아니라도 큰 손해를 본다. 이런 어리석음은 낚싯대를 들고 산으로 오르는 操釣上山(조조상산), 도끼를 가지고 연못으로 들어가는 揭斧入淵(게부입연)으로 비웃음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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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많다고 아무 곳에나 끼어들며 ‘나때는 말이야’하고 훈수하면 듣는 사람은 뒤에서 욕한다. ‘낄끼빠빠’라는 유행어도 모른다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말을 기막히게 줄였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