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맛이 있다면
천국에 맛이 있다면
낯선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이제까지의 취향에서 벗어나
낯선 걸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였던 것같다.
나는 그날 이후
하루에도 몇 잔씩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마시면 마실수록 느껴지는 특유의 풍미와 운치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몇 년 전 이야기이다.
요즘은 거의 매일 두 세잔의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기억한다.
이른 아침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셨던 그날을 말이다.
만약 포르투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커피를 마셨다면
그 맛과 운치를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탄산음료나 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을지도모른다.
그 오래된 도시와 에스프레소 그리고 담배는
내게 완벽한 타이밍과 분위기를 선사했다.
천국에 맛이 있다면
어쩌면 포르투에서 마셨던
그 에스프레소 맛이 아닐까?
-김동영 ‘천국이 내려오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