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왕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 2편
■ 무왕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 2편
백제는 신라처럼 성씨를 이유로 결혼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기 6세기 후반 경에 태어난 서동은 백제 위덕왕의 아들로 알려져 있고, 위덕왕의 아버지인 성왕을 죽인 자가 바로 신라 진평왕의 아버지인 진흥왕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놈의 손녀를 데려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래에 서동의 아내가 될 사람은 선대의 원수인 진흥왕의 손녀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시 백제와 신라의 왕이나 신하들은 대개 두 나라간의 살육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자손이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동은 성장하면서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선화공주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신라의 동경(지금의 경주)을 찾아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는 머리 깎고 어느 대사의 제자가 되었다. 당시 신라는 불교를 숭상했다. 왕이나 왕족이 궁중에 승려를 초청하여 불공을 올리거나 설법을 듣곤 하던 때였다. 서동은 설법이 열리는 기회를 이용하여 오래도록 그리던 선화공주를 만나게 되었는데,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아도 첫눈에 반할만큼 아름다웠다. 그녀에게 푹 빠진 서동은 선화공주를 아내로 삼겠다고 결심하고 궁리를 했다. 하지만 국적도 다르고, 신분도 다른데다 수중에 가진 것도 없으니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하지만 서동은 포기하지 않고, 한 가지 꾀를 냈다. 서동은 서라벌의 마을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져온 마를 나눠주며, 자기가 지은 동요를 가르쳐주고 따라 부르게 했다. 『선화 공주님은 남 몰래 짝을 만나 서동을 몰래 밤에 안고 간다.』
이 동요는 순식간에 서라벌 곳곳으로 퍼졌고, 마침내 진평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몹시 노한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멀리 귀양 보내고 말았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귀양길에 나선 선화공주가 유배지로 향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한 사내가 나타나 공주님을 모시고 가겠다면서 말고삐를 잡았다. 선화공주는 그가 노래의 주인공인 서동일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모른 채 동행하기로 했다. 선화공주는 서동과 함께 먼 길을 떠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 새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둘은 마침내 사랑을 이루고 장래를 약속했다. 그제서야 서동은 자신이 한 행동을 밝혔고, 선화공주는 정말로 노래의 내용이 맞았다면서 기뻐했다. 그리하여 서동은 선화공주를 데리고 백제로 돌아왔다.
공주는 가난한 서동의 살림을 보고는 어머니가 몰래 싸준 황금을 서동 앞에 내놓았다. 그제서야 황금의 가치를 알게 된 서동은, 자기가 마를 캐는 산에 널려있는 황금을 캐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황금은 어느새 산처럼 쌓이게 됐고, 두 사람은 이것을 선화공주의 아버지인 진평왕에게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나 무겁고 많은 황금을 몰래 보내기는 어려운 일인지라 두 사람은 신통력 있다고 소문난 지명법사를 찾아갔다. 공주는 황금과 함께 부모님에게 쓴 편지를 법사에게 맡겼고, 법사는 이것을 신통력을 이용해 신라 궁궐로 보냈다. 이것을 받은 진평왕은 몹시 놀랐으며, 서동의 지혜와 도량에 매우 감탄하여 두 사람의 혼인을 인정하였다.
- 3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