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백일百日 잔치를 했나?
■ 왜 백일(百日) 잔치를 했나?
임신(姙娠)을 나타내는 한자에는 포(包)와 잉(孕)이 있다. 포(包)는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이다. 감싼다는 뜻의 포(勹) 안에 아직 사람의 형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아기巳가 들어 있다. 임신 초기의 모습이다. 잉(孕)은 태아의 모습이 완전히 갖추어진 형태이다. 아기子가 태(胎) 아래쪽으로 내려와 있으니 배가 꽤 부른 상태를 나타낸다.
잉태(孕胎)·회잉(懷孕) 같은 말들은 모두 임신과 같은 의미로 자주 쓰던 표현이다. 요즘은 유아사망율이 낮아 백일잔치를 크게 하지 않는 추세이지만, 과거에는 유아사망율이 높은 탓에 태어난 지 백일이 되는 날을 축하하고 기념하여 이웃에 떡을 돌리고 잔치를 벌였다. 생명의 탄생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준다. 탄생 자체가 커다란 승리요, 기적이다. 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을 채워 태반이 돌아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참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동양에서는 태아가 어머니의 태 속에 자리 잡는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삼칠일(21일) 동안 금줄을 치고 이웃은 물론 가족들도 출입을 삼갔다. 혹 상가(喪家)와 같이 부정(不淨)한 곳을 다녀온 사람은 절대로 아기가 있는 방에 출입할 수 없었다. 산모도 닭고기나 개고기,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삼칠일이 지나면 이것을 축하해서, 새벽에 삼신상(三神床)을 올리고, 수수경단을 만들어 일가친척과 손님을 청해서 대접하였다. 아기가 태어난 지 백일(百日)이 되면 백일상(百日床)을 차렸다. 아기가 아무 병 없이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백(百)은 꽉 찬 숫자이므로 아기가 이 날까지 탈 없이 자란 것을 축복하고, 한 인간으로 성장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의미였다.
백일상은 삼신상(三神床)이라고도 한다. 삼신할머니에게 장수를 빈다는 뜻이다. 백일에는 여러 가지 떡을 했다. 백일떡에는 백설기·수수팥떡·인절미·송편을 하였다. 여기에도 다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백설기는 정결(淨潔)과 흰머리가 될 때까지 장수(長壽)하라는 의미, 수수팥떡은 부정(不淨)한 기운을 막는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인절미는 찹쌀로 만들어 차지고 단단하라는 의미가 있다. 송편은 속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 두 가지를 만들었는데, 속을 넣은 것은 속이 꽉꽉 찬 사람이 되라는 의미이고, 속을 넣지 않은 것은 속이 넓은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백일떡은 100명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백 살까지 산다고 믿어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서양에서는 태어난 지 1년이 지나야 한 살로 치는데, 우리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친다. 그 까닭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열 달을 계산하였기 때문이다. 뱃속의 아이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느냐가 나이를 셈하는 방법에서 드러나는 셈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