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6일 토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춘부장(椿府丈)과 훤당(萱堂)

요즘은 잘 쓰지 않게 되었지만, 춘부장(椿府丈)은 상대방의 아버지를 높여 부를 때 흔히 쓰던 말이다. 춘부장(春府丈)으로도 쓴다. 춘(椿)은 대춘(大椿)이라는 상상 속의 나무이다. 장자(莊子)는 이 나무가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다시 8천 년을 가을로 삼는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대춘의 일 년은 자그마치 3만 2천 년이나 된다. 부(府)는 돈이나 문서를 보관해 두는 창고, 즉 큰 집을 뜻한다. 장(丈)은 어른이란 뜻이다. 춘(椿)자에는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고, 부장(府丈)이란 집안의 큰 어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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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머니는 모친(母親)이나 자친(慈親)이라 부르고, 남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높임의 뜻으로 당(堂)자를 붙여 자당(慈堂)이나 훤당(萱堂)이라고 불렀다. 자(慈)는 사랑하다는 뜻이다. 따뜻한 온기를 의미하는 자(玆)와 마음 심(心)자를 합쳤다. 따뜻한 마음은 곧 어머니 마음이다. 훤당(萱堂)의 훤(萱)은 원추리꽃이다. 예전 어떤 효자가 집 뒤편에 별당을 지어 나이 드신 어머니를 모셨는데, 마당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원추리꽃을 가득 심은 데서 유래하였다. 원추리꽃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근심을 잊게 해 준다 해서 망우초(忘憂草)라고 하였다. 부인이 임신하였을 때 몸에 이 꽃을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의남초(宜男草)라고도 불렀다. 그러므로 늙은 어머니의 뜨락에 심은 원추리꽃에는 모든 근심 걱정을 다 잊고서 노후를 편히 지내시라는 뜻이 담겨 있다. 훤당이란 말은 나이 드신 어머니에게만 쓴다. 또 훤당은 효자의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므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 표현을 쓰면 스스로가 효자임을 나타내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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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각하(閣下), 족하(足下), 귀하(貴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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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대통령이란 호칭 뒤에 반드시 각하(閣下)라는 말을 붙였다. 그래서 이 말이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단어처럼 되어 버렸다. 각하(閣下)에서 아래 하(下)자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일 때 쓰는 표현이다. 한자말에는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 상대방의 호칭을 직접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거처하는 공간 명칭 다음에 아래 하(下)자를 쓰는 표현법이 있다. 황제는 폐하(陛下)라고 한다. 황제는 높은 계단 위 궁궐에 앉아 신하들을 내려다보니까 신하들은 계단陛 아래에서 계단 위를 올려다본다. 그래서 폐하(陛下)다. 황제보다 낮은 임금이나 세자는 전하(殿下)로 불렀다. 임금이나 세자가 계신 전각(殿閣)의 아래에 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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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각하(閣下)는 정승(政丞)에게나 쓰던 말이었다. 각(閣)이 정승이 집무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고 보면 과거 대통령에게 ‘각하’를 붙여 부른 것은 사실 그 지위를 격하시킨 셈이 된다. 자기와 비슷하거나 아랫사람에게는 족하(足下)란 말을 썼다. 오늘날도 교황(敎皇)에게는 성하(聖下)란 말을 쓴다. 거룩한 분 아래에 선다는 뜻이다. 편지를 쓸 때는 받는 사람 이름 끝에 귀하(貴下)라고 쓴다. 귀하신 분 아래에 자신이 선다는 뜻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