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요일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 동쪽 집에서 밥 먹고 서쪽 집에서 잠자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 동쪽 집에서 밥 먹고 서쪽 집에서 잠자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 동쪽 집에서 밥 먹고 서쪽 집에서 잠자다.\xa0 \xa0

동녘 동(木/4) 집 가(宀/7) 밥 식(食/0) 서녘 서(襾/0) 집 가(宀/7) 잘 숙(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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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東家食) 잠을 잘 때에는 서쪽 집(西家宿)으로 간다는 쉬운 글자의 성어는 어엿한 고사가 있고 제법 여러 가지 뜻을 지닌다.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내는 것을 이르기도 하고, 먹을 것과 잘 곳이 없이 의식주가 막막한 생활을 가리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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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을 다니니 두 가지 좋은 일을 가지려 욕심내거나, 자기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지조 없이 이리저리 빌붙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줄여서 東食西宿(동식서숙)이라고도 하고, 아침에는 북쪽의 秦(진)나라에, 저녁에는 남쪽의 楚(초)나라에 간다고 하여 朝秦暮楚(조진모초)라는 말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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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宋(송)나라의 李昉(이방, 昉은 밝을 방)이 편찬한 太平御覽(태평어람)이란 책에 인용되어 전한다. 1690종의 책을 인용하여 편찬한 55개 부문의 방대한 백과사서인데 太平總類(태평총류)였던 책이 임금이 모두 읽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는 그 책이다.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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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齊(제)나라에 혼기가 꽉 찬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마침 두 곳에서 청혼이 들어왔는데 동쪽 집의 총각은 못 생겼으나 부자였고, 서쪽 집 아들은 인물이 훤했지만 집안이 매우 가난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가 난감해진 부모가 딸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서쪽 집으로 시집가고 싶으면 왼쪽 소매를 걷고, 동쪽 집의 총각과 혼인하고 싶으면 오른쪽 소매를 걷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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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는 망설이지도 않고 양쪽 소매를 다 걷자 부모가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밥은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고 싶어요(願東家食而西家宿/ 원동가식이서가숙)’라고 대답했다. 처녀 입장에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더 재미있는 고사가 있다. 조선시대의 인물들에 얽힌 일화를 모아 姜斅錫(강효석, 斅는 가르칠 효)이 엮은 ‘大東奇聞(대동기문)’의 내용이다. 太祖(태조) 李成桂(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한 뒤 공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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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 雪中梅(설중매)도 참석하여 주흥을 돋웠는데 술 취한 어느 정승이 수작을 걸었다. 기생은 동쪽 집과 서쪽 집을 오간다 하니 오늘은 자신에게 수청 들라고 했다. 설중매는 동가식서가숙하는 기생과, 왕씨를 모시다 이씨를 모시는 정승 어른과는 궁합이 잘 맞겠다고 쏘아붙였다. 이 말을 들은 공신들마저 어쩔 줄 몰랐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