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요일

대지약우大智若愚 –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   

대지약우大智若愚 –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   

대지약우(大智若愚) –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xa0 \xa0

큰 대(大/0) 지혜 지(日/8) 같을 여(女/3) 어리석을 우(心/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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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누구나 쳇병이라는 것이 있다. 거짓으로 꾸며서 그럴 듯하게 보이려는 행위는 뿌리가 깊은 병통이다. 속담 ‘없는 놈이 있는 체 못난 놈이 잘난 체’란 말은 실속 없는 자가 유난히 허세를 부리는 것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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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지 못한 사람은 흔히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고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못난 주제에 잘난 체하는 면이 있다는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쳇병이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큰 지혜를 갖고 있으면서도(大智) 어리숙하게 보이는(若愚)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함부로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겉으로는 어리석게 보인다는 성어다. 大智如愚(대지여우)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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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중국 北宋(북송) 때의 문장가 가족 三蘇(삼소) 중의에서도 제1의 시인이란 칭호를 받는 蘇東坡(소동파, 1037~1101) 작품에서 유래한다. ‘賀歐陽少師致仕啓(하구양소사치사계)’란 시의 내용을 보자. 정치가 겸 문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歐陽脩(구양수, 1007~1072)의 은퇴할 때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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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는 듯하고, 대단히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듯하며, 아주 귀한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영광을 누리고, 아주 어진 사람은 도인을 하지 않더라도 장수한다(大勇若怯 大智如愚 至貴無軒冕而榮 至仁不導引而壽/ 대용약겁 대지여우 지귀무헌면이영 지인부도인이수).’ 軒(헌)은 집의 난간이나 수레의 높은 곳을 말하고 導引(도인)은 도가의 양생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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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표현은 아니지만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는 더욱 많은 비유가 있다. 매우 공교한 솜씨는 서투른 것같이 보인다는 大巧若拙(대교약졸)이 함께 나오는 제45장이다. 가장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은 마치 흠결이 있는 것 같지만(大成若缺/ 대성약결) 그 쓰임은 끝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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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득하게 찬 것은 마치 텅 빈 것 같지만(大盈若沖/ 대영약충) 다함이 없다. 가장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가장 뛰어난 기교는 서툴러 보이며, 가장 뛰어난 말솜씨는 말더듬는 것같이 보인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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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기 장점을 내세우는 세상에 큰 재주를 떠벌릴 일은 아니지만 일부러 숨길 필요도 없겠다. 사회에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재능을 보태야 한다. 그와 함께 어리석어 보인다고 사람까지 매도하지 말고 숨은 재능을 잘 발굴하여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작은 집단이나 큰 집단이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