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눈 안(目/6) 높을 고(高/0) 손 수(手/0) 낮을 비(十/6)
눈은 높은 곳(眼高)에 있고 손은 아래쪽(手卑)에 있다. 이 당연한 말이 물론 위치한 곳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수준과 뜻은 크고 높으나 손으로 이룰 수 있는 재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 먼저다. 또 ‘실없는 부처 손’이란 속담이 말하듯 아무 쓸모가 없는 경우나 그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평할 때 기막히게 약점을 잘 잡아내면서도 실제 창작을 하라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꼬아 눈만 높다고 말한다. 안고수저(眼高手低)라 해도 같다. 눈썰미가 있고 손이 재빨라 재주가 있는 眼明手快(안명수쾌)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처럼 쉬운 말로 자주 쓰이는 성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전부터 쓰이던 말을 번역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고전에 사용된 예도 적다.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李德壽(이덕수, 1673~1744)라는 문신이 있다. 주자학을 반대하고 실사구시의 학문을 이끌었던 朴世堂(박세당)의 문인으로 문장과 글씨에 능했다. 이덕수는 ‘罷釣錄(파조록)’이란 책에서 글을 쓸 때는 대상을 정밀하게 파악하여 집중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초학자들이 글을 지을 때는 경솔하게 기이함에 뜻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충고한다. ‘근래 들어 젊은이들의 글은 절름대고 막히고 졸렬하고 껄끄러워 한 가지 볼 만한 점이 없다. 이는 모두 눈은 높은데 손이 낮다는 안고수비 네 글자에 연좌된 탓이다(近世年少輩文字 蹇滯拙澁 無一可觀 皆坐於眼高手卑四字也/ 근세년소배문자 건체졸삽 무일가관 개좌어안고수비사자야).’ 蹇은 절 건. ‘매일 읽는 우리 옛글’이란 책에 인용되어 있다.
능력은 안 되면서 높은 목표를 설정할 때 먼저 실력부터 닦으라고 핀잔하며 먼저 이 말을 쓴다. 대안도 없이 상대 당의 정책을 깎아내리는 정치권에선 더욱 흔하다. 하지만 보는 눈이 있어야 그 수준에 맞게 부지런히 재주를 익히게 되니 눈 높은 것을 탓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눈 재주이건 손재주이건 실력을 닦는 것이 먼저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