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생몽사醉生夢死 – 술에 취해 살다 꿈속에 죽다, 하는 일 없이 지내다.
취생몽사(醉生夢死) – 술에 취해 살다 꿈속에 죽다, 하는 일 없이 지내다.
취할 취(酉/8) 날 생(生/0) 꿈 몽(夕/11) 죽을 사(歹/2)
정신없이 술에 취해 행동을 멋대로 하는 사람을 욕하여 ‘술 먹은 개’라 한다. 천하에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이 없으므로 醉中無天子(취중무천자)라고 점잖게 따돌린다. 행패도 부리지 못할 정도로 고주망태가 된 사람은 醉如泥(취여니)다. 반면 술을 알맞게 마시면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준다고 忘憂物(망우물), 어떤 약보다 좋다고 百藥之長(백약지장)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술에 취한 듯 살다가(醉生) 꿈을 꾸듯이 죽는다(夢死)는 이 성어는 어떤 상태를 이를까.
이 말은 宋代(송대)의 유학자 朱熹(주희)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程顥(정호, 顥는 클 호, 1032~1085)의 말이라며 ‘小學(소학)’에서 인용한 것이 처음이라 한다. 정호는 동생 程頤(정이)와 함께 二程子(이정자)로 불리며 程朱學(정주학)을 창시했다. 어록에는 당시 간사하고 요망한 말들이 넘쳐 백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천하를 어지럽게 하니 ‘아무리 고명한 재주를 가졌어도 그 말에 얽매여 취생몽사의 지경으로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雖高才明智 膠於見聞 醉生夢死 不自覺也/ 수고재명지 교어견문 취생몽사 부자각야)’고 한탄했다.
송대에 처음 사용됐다고 해도 술 취한 채 살다 죽어간 사람은 앞선 시대에 많다. 酒池肉林(주지육림)의 향락으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를 망친 殷(은)나라 紂王(주왕)이 대표한다. 하지만 미화된 죽음도 있다. 비록 汨羅水(멱라수, 汨은 물이름 멱)에 빠져 죽었더라도 모든 사람이 취한 중에 혼자 깨어 있었다는 衆醉獨醒(중취독성)의 屈原(굴원)이 있다. 무엇보다 술에 취한 채 호수 속에 있는 달을 잡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李白(이백)은 유배에서 풀려 仙界(선계)에 갔다고 해도 별호 醉聖(취성)이 더 어울린다.
조선 중기 문신 張維(장유, 1587~1638)는 ‘谿谷集(계곡집)’에서 은거의 만족함을 노래하며 이 말을 사용했다. ‘집 밖에 나갈 필요 없이 우주가 이 속에 있는 것을, 취생몽사 면하면서 일월을 마냥 보내노라(不出戶庭觀宇宙 免敎醉夢送居諸/ 불출호정관우주 면교취몽송거제)’
세상일에 초연하며 거리낌 없이 사는 삶을 예찬한 예가 부럽긴 하다. 그래도 술 좋아한다고 한평생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흐리멍덩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하니 좋은 뜻은 아니다. 술에 어지간히 취해 한 실수는 관대하게 봐 주는 사회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酒暴(주폭)이라 손가락질 받으니 유의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