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국길任賢國吉 - 어진 사람을 등용하면 나라가 길해진다.
임현국길(任賢國吉) - 어진 사람을 등용하면 나라가 길해진다.
맡길 임(亻/4) 어질 현(貝/8) 나라 국(囗/8) 길할 길(口/3)
훌륭한 지도자일수록 인재를 잘 발탁하고 적소에 일을 맡겼다. 人事(인사)가 중요하다고 萬事(만사)라 말은 쉽게 하지만 잘못되어 亡事(망사)가 되면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 알고도 이러한 실패가 잦은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현인인 孔子(공자)마저 제자를 잘못 보았다고 자책한대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 以貌取人(이모취인)이나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가까운 사람을 뽑는 任人唯親(임인유친), 권력자의 주변에 있다고 능력과 관계없이 우선 발탁한다는 近水樓臺(근수누대) 등등 경계의 말은 숱하다.
자신의 친소와 관계없이 인격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등용하는 立賢無方(입현무방)은 고대 성군들이 힘을 기울인 정책이었다. 이렇게 어진 사람을 임용(任賢)하면 나라가 길하고(國吉) 흥했다는 말은 고대 선현들의 행적이나 일화와 우화 등을 수록한 교훈집 劉向(유향)의 ‘說苑(설원)’에 나온다. 유향은 戰國策(전국책), 新書(신서), 列女傳(열녀전) 등 숱한 유명 저작을 남긴 중국 前漢(전한) 시대 왕족 출신의 학자다. 尊賢(존현)편에 실린 부분을 보자. ‘국가는 어진 이를 임용하면 길하고 불초한 자를 들어 쓰면 흉하게 마련이다(國家之任賢而吉 任不肖而凶/ 국가지임현이길 임불초이흉).’
여러 예를 든 중에 齊(제)나라 桓公(환공)이 管仲(관중)을 발탁하고 사후의 몰락을 강조한 것이 흥미롭다. 잘 알려졌듯 관중은 태자 시절 환공을 암살하려 한 반대편의 원수였다. 하지만 환공은 관중의 능력을 인정하여 재상에 임명한 뒤 이후 승승장구, 覇者(패자)가 되고 천하를 바로잡았다. 관중이 죽으면서 추천한 사람을 물리치고 간신 豎刁(수조, 豎는 더벅머리 수, 刁는 조두 조)와 易牙(역아)를 중용하더니 환공은 사후에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한 때의 잘못 판단으로 명예 잃고 나라까지 기울게 한 본보기였다.
친척이나 원수나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인재를 추천하여 親仇不避(친구불피)란 말을 남긴 晉(진)나라 대부 祁黃羊(기황양)은 大公無私(대공무사)의 표본이다. 인품만 보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 맡긴다는 任人唯賢(임인유현)이란 말도 같다. 任賢勿貳(임현물이)라고 맡기고 난 뒤 의심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주라는 말도 명심할 일이다. 그렇다고 등용하고 난 뒤 잘못이 드러나고 모두들 욕하는데도 그냥 직무를 맡긴다면 그것 또한 나라를 길하게 하는 일이 아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