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하사干卿何事 - 그대와 무슨 상관인가, 남 일에 웬 참견인가
간경하사(干卿何事) - 그대와 무슨 상관인가, 남 일에 웬 참견인가
방패 간(干/0) 벼슬 경(卩/10) 어찌 하(亻/5) 일 사(亅/7)
孔子(공자)님 말씀에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주제넘게 그 일에 손대지 않는다(不在其位 不謀其政/ 부재기위 불모기정)’는 것이 있다. 論語(논어)의 泰伯(태백), 憲問(헌문)편 뿐만 아니라 明心寶鑑(명심보감) 安分篇(안분편)에도 같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주 자신의 오지랖 넓은 것을 과시한다. 이럴 때 쓰는 속담이 ‘남 떡 먹는데 팥고물 떨어지는 걱정한다’고 남의 일에 쓸데없이 나서는 것을 비웃었다.
그대 卿(경)과 어떤 일이(何事) 관계가 있는가라는 이 성어도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꼬집는 말이다. 처음에는 비웃기보다 아름다운 시구를 두고 작가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웃으며 지적한 것에서 유래했다. 방패 干(간)은 干與(간여)에서 보듯이 ‘연루되다, 관련되다, 관계하다’란 뜻도 있다.
干卿甚事(간경심사), 干卿底事(간경저사), 底事干卿(저사간경)이라 쓰기도 한다. 중국 五代十國(오대십국)의 하나인 南唐(남당)의 사서 ‘南唐書(남당서)’에 수록된 내용을 보자. 이 나라에는 황제부터 이름난 시인들이 많았다. 2대 왕 李璟(이경), 3대 왕 李煜(이욱)과 재상 馮延巳(풍연사, 904~960) 등이 실력을 뽐냈다.
이경의 작품 중에 먼 변방의 싸움터에서 고생하는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심정을 읊은 구절이 유명하다. ‘보슬비에 꿈을 깨니 닭 울음소리 변방에 아득하고, 작은 누대에 울리는 옥피리 소리 차가워라(細雨夢回鷄塞遠 小樓吹徹玉笙寒 /세우몽회계색원 소루취철옥생한)’란 표현은 宋(송)나라 王安石(왕안석)이 최고의 문구라고 칭찬했다 한다. 풍연사의 작품에도 임 생각에 애끊는 여인을 읊은 구절이 있다. ‘바람 언뜻 불어와 연못에 잔잔한 물결 일으킨다(風乍起 吹皺一池春水/ 풍사기 취추일지춘수).’ 乍는 잠깐 사, 皺는 주름질 추.
이경 왕이 작품을 보고 봄바람 잔물결과 그대는 무슨 상관인가라고 놀리니 풍연사도 왕께선 누대의 옥피리를 노래하지 않았느냐고 받아 넘겼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