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7일 목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고수레

요즘은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어른들이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조금 떼어 ‘고수레’ 또는 ‘고시레’ 하면서 허공에 던지는 모습을 보곤 했다. 음식을 먹거나 무당이 푸닥거리를 할 때, 혹은 고사를 지낼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며 외치는 소리라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의미의 행위이고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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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레의 유래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고수레는 곡식의 신인 고씨(高氏)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다. 음식을 먹기 전에 곡식을 담당하는 고씨에 대해 먼저 예를 차린다는 데서 고씨례(高氏禮)라 했고, 이것이 곧 ‘고수레’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로, 고씨(高氏)라는 성을 가졌던 여인의 넋을 위로하는 이야기가 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의지할 곳 없는 고씨라는 노파가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호의로 끼니를 이어 가며 연명하고 있었다. 얼마 뒤 고씨 노파가 세상을 떠나자 들일을 하던 사람들은 죽은 고씨 노파를 생각하고 음식을 먹기 전에 첫 숟가락을 떠서 “고씨네!” 하고 허공에 던져 노파의 혼에게 바치게 되었고, 그 뒤로 고수레를 하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체하거나 재앙을 받게 된다고 믿는 속신(俗信)과 결합되어 전국 도처에 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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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격의 민속은 남아메리카의 페루에서도 조사되었는데, 거기서는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으로 음식물(술 포함)을 입에 가져가기 전에 대지에 뿌리면서 “대지여, 어머님이시여! 우리에게 훌륭한 열매를 거두게 해 주십시오.” 라고 축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수레’도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의식이다. 먹기 전에 먼저 제물을 바쳐 감사의 뜻을 표현함과 동시에 잡신을 달래어 쫓아내는 민간신앙의 행위인 것이다.

2. 고주망태

‘고주망태’는 ‘고주’와 ‘망태’가 합해진 순우리말이다. ‘고주’는 술이나 기름 등을 짜서 받아 거르는 틀을 말하고, ‘망태’는 새끼 등으로 엮어 만든 그릇으로 ‘망태기’와도 같은 말이다. 즉, 고주망태는 ‘술 거르는 틀 위에 올려놓은 망태’를 뜻한다. 술을 받는 망태는 술에 흠뻑 젖어 망태 전체에서 고약한 술 냄새가 난다. 이렇듯 고주 위에 올려놓은 망태처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술에 절어있는 상태 혹은 그런 사람을 고주망태라고 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