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사후河東獅吼 - 하동 땅의 사자가 울부짖다, 성질이 사나운 부인
하동사후(河東獅吼) - 하동 땅의 사자가 울부짖다, 성질이 사나운 부인
물 하(氵/5) 동녘 동(木/4) 사자 사(犭/10) 울부짖을 후(口/4)
쓸 말은 필요하고 꼭 해야 할 경우에는 말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속담처럼 경계하는 말이 많다. 말이 많으면 자주 어려움에 처한다는 多言數窮(다언삭궁, 이 때의 數는 ‘자주 삭‘)에서 입이 온갖 분란을 일으키는 재앙의 문이란 口禍之門(구화지문) 까지 섬뜩할 정도다. 여기에 옛날의 男尊女卑(남존여비) 영향으로 여자가 말 많은 것을 더 욕했다. ’계집 입 싼 것‘이라며 입이 가볍고 헤픈 여자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다고 했고, 부녀자가 떠들썩하게 지껄이는 것을 ’사나운 암캐같이 앙앙하지 마라‘고 욕했다.
사자의 울부짖음이란 獅子吼(사자후)는 부처님의 위엄 있는 설법을 가리켰다. 사자의 울부짖음에 모든 짐승이 두려워하듯 부처님의 위엄을 비유한 것이 열변을 토하는 연설을 가리키게 됐고, 나아가 질투심이 강한 부인이 남편에게 앙칼지게 대드는 악처를 비유하기도 했다. 악다구니하는 여인의 유래로 특별히 河東(하동) 땅의 사자가 운다(獅吼)고 하여 중국 宋(송)나라의 문인 蘇軾(소식, 1037~1101)의 재미있는 시가 따른다.
소식의 친구로 陳慥(진조, 慥는 착실할 조)라는 사람이 있었다. 禪學(선학)을 공부하며 空(공)과 有(유)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진조의 자가 공처가의 대명사가 된 季常(계상)인 것처럼 그의 부인 하동 柳氏(유씨)는 표독스럽고 투기가 심했다. 밤새 술자리에서 토론하는 남편에게 옆방에서 욕을 퍼부어 손님들은 좌불안석하다 자리를 피했다. 소식이 시를 지어 진조를 놀렸다. ‘갑자기 하동의 사자 울음소리를 들으니, 지팡이도 손에서 떨어지고 넋은 완전히 나갔네(忽聞河東獅子吼 拄杖落手心茫然/ 홀문하동사자후 주장락수심망연).’
진조의 처가 처음부터 막무가내였기 보다 남편과 세파에 시달리다 변했을 것이다. 우리의 가요도 있다. 수줍던 아내가 첫 아이 낳더니만 고양이로, 그 다음엔 무서운 호랑이로 변해버렸다는 최희준 원로가수의 ‘엄처시하‘다. 술자리에서 남정네끼리 우스개이기 쉽지만 실제로 사회 전체의 대우가 점차 개선된다고 해도 여성의 차별이 여전하다. 오죽하면 미투(metoo, 나도 당했다)나 몰카 편파수사 규탄하는 여성시위가 늘어만 갈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