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칠칠하다’ 와 ‘칠칠치 못하다’
"‘칠칠하다’ 와 ‘칠칠치 못하다’는 정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데,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나 푸성귀가 깨끗하고 싱싱하게 잘 자란 것이나, 용모나 행동이 단정하거나 행동이 민첩하고 영리하여 깔끔하게 일을 잘 처리하는 것 등은 ‘칠칠하다’고 해야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칠칠치 않다’ ‘칠칠치 못하다’라고 해야 한다. ‘칠칠하다’는 본래 긍정적 의미를 담은 말이지만, ‘~~하지 못하다’와 함께 자주 쓰이다 보니 사람들은 이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칠칠맞다’는 ‘칠칠하다’ 의 속된 표현이다. ‘너는 칠칠치 못하게 왜 그러니?’라고 해야 할 때 ‘너는 칠칠맞게 왜 그러니?’라고 하면 정반대의 뜻이 된다. 용모나 행동이 단정하지 못하거나 행동이 굼뜨고 민첩하지 못한 경우에는 칠칠치 못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2. 망나니
사람이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질이 못되고 난폭한 사람을 ‘망나니’라고 표현한다. 그야말로 ‘품행제로’인 사람을 말한다. 망나니는 옛날 죄인의 목을 칼로 베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극을 보면 간혹 등장하는 장면이다. 남루한 옷에 머리를 온통 풀어 헤친 채 죄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칼춤을 추다가 죄인의 목을 내려친다. 공개된 장소에서 맨 정신에 사람의 목을 베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망나니’는 아주 천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거나 큰 죄를 지어 사형에 처해질 죄인이 특별히 죄인의 목을 치는 일로 사면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을 뜻하던 ‘망나니’는 점차 못된 짓을 일삼거나 난폭한 짓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하여 사용되고 있다.
3. 미역국 먹다
시험에서 떨어지는 것을 ‘미역국 먹었다’고들 한다. 그래서 시험을 보기 전에는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도 있다. 미역국은 아기를 낳은 산모가 먹는 보양식인데 왜 미역국을 시험에 떨어지는 것과 연관시키게 됐을까? 미역의 미끈미끈한 느낌이 미끄러진다(떨어진다)는 것으로 연상되어서 그런 걸까? 놀랍게도 이 말의 유래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다. 1905년 일본은 불법으로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1907년에는 조선의 군대까지 강제로 해산시켰다. 해산이라는 말은 한자로 ‘解散’인데, 아이를 낳는다는 뜻의 ‘해산(解産)’과 소리가 같다. 그래서 해산(解産)할 때 미역국을 먹는 풍습과 관련하여 강제로 해산된 것을 ‘미역국 먹다’로 표현한 것 같다. 1957년에 완성된 《우리말 큰사전》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미역국 먹다’라는 말이 ‘무슨 단체가 해산이 되거나 어딘가에서 떨려남을 이르는 은어’라고 되어 있다. 요즘 우리가 보는 사전에 ‘시험에서 떨어지다’ ‘직위에서 떨려나다’ ‘퇴짜를 맞다’라는 뜻으로 실린 것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은 여러 뜻 중에서도 특히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의미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