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도무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죄인을 법에 따라 처벌하되 개인이 사사로이 벌을 주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집안에서 또는 개인이 사사로이 죄인을 벌주는 일이 가끔 있었다. 그 중에 ‘도모지’라는 벌이 있었는데, 물 묻힌 한지(韓紙)를 얼굴에 몇 겹으로 바르는 것이다. 한지는 물기가 마르면서 점점 조여들기 때문에 도모지를 당한 사람은 숨이 막혀 죽게 된다. 이 끔찍한 처벌법에서 비롯된 말이 ‘도무지’이다. 또는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라는 뜻으로 쓰는 말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처럼 ‘아무리 해도’라는 의미로 주로 부정을 뜻하는 말이 함께 쓰인다. ‘도모지’라는 벌처럼 스스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2. 미주알고주알
‘미주알고주알 캔다’고 할 때 ‘미주알’은 무엇일까? ‘미주알’은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이다. 따라서 ‘미주알고주알 캔다’는 것은 ‘창자 끝까지 들여다 본다’ 즉 그야말로 사람 속을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살펴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따지고 들 때 ‘미주알고주알 캔다’고 한다. 뒤에 붙은 ‘고주알’은 별 뜻 없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붙인 말이다. 이와 같은 형태로 운을 붙여서 만든 말로는 ‘눈치코치, 세월아 네월아, 어중이떠중이, 알뜰살뜰’ 같은 것들이 있다. ‘미주알고주알’과 비슷한 뜻으로 아주 사소한 것까지 낱낱이 따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시시콜콜’ ‘꼬치꼬치’ 가 있다.
3. 배알이 꼴리다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 거슬리고 비위가 상할 때 ‘배알이 꼴린다’는 말을 쓴다. ‘배알’은 창자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배알이 꼴린다는 것은 말 그대로 창자가 꼬일 정도로 몹시 기분 나쁘고 아니꼬와서 ‘배가 아프다, 불쾌하다, 편치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은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말로도 쓰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런 경우가 바로 배알이 꼴려서 배가 아픈 것이다. ‘아니꼽다’라는 말도 ‘배알이 꼴리다’와 유래가 비슷하다. ‘아니꼽다’는 ‘안 이 곱다’로 형성된 말이다. ‘안’은 장(臟) 즉 내장을 말하고, ‘곱다’는 ‘굽다’와 같은 뜻으로 장이 굽는다는 뜻이다. 장이 굽는다는 것은 내장이 꼬여 뒤틀린다는 것이니 얼마나 아프고 불쾌한 상황을 말하는지 짐작이 간다. 이외에 아니꼬운 일을 당했을 때 ‘눈꼴시다’는 말도 쓰고, ‘티껍다’는 말도 쓰는데, 티껍다는 ‘더럽다’의 평안북도 사투리라고 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