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기가 막히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 중에 ‘기(氣)’라는 글자가 들어간 말이 의외로 많다. 있는 힘을 다할 때는 ‘기를 쓴다’고 하고, 억눌리거나 어려운 지경에서 벗어났을 때는 ‘기를 편다’고 한다. 또 ‘기가 죽었다’ ‘기가 살았다’는 말도 있다. 여기서 ‘기(氣)’란 활동하는 힘, 그러니까 우리 몸의 원동력을 하는데, 동양 철학에서는 만물이 생겨나고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을 ‘기(氣)’라고 한다. 두렵거나 놀라서, 아니면 큰 슬픔 때문에 잠시 정신을 잃는 것을 ‘기절(氣絶)’이라고 하는데, 이 말도 몸속을 흐르는 기가 어느 한순간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원동력인 기(氣)가 막힌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꼼짝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에 놀라서 몹시 어이가 없을 때나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정도가 심할 때 ‘기가 막히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기가 차다’라는 말도 쓴다. 또, 뜻밖에 놀랍거나 이상한 일을 당하여 기가 막힐 때 ‘어안이 막힌다’ ‘어안이 벙벙하다’고도 하는데, ‘어안’이란 ‘어이가 없어 말을 못하고 있는 혀 안’을 뜻한다.
2. 비위맞추다
사람의 몸속에는 숨을 쉬고 음식을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등 생명 활동을 맡아서 하는 기관들이 있는데, 이것을 ‘오장육부(五臟六腑)’라고 한다. ‘오장(五臟)’은 심장, 간장, 폐(허파), 신장(콩팥), 비장(지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육부’는 위장, 대장, 소장, 쓸개, 방광, 삼초를 가리킨다. ‘비위 맞추다’는 말에서 ‘비위’는 ‘오장육부(五臟六腑)’ 중에서 비장과 위장을 함께 이르는 것으로 이는 둘 다 소화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음식을 잘 소화시켜야 속도 편하고 몸도 건강한 법이다. 그러자면 비위에 잘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비위 맞추다’는 이런 뜻에서 점점 확장되어 ‘마음에 들게 해 준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또,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알랑거리다, 아부하다, 아첨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비위 맞추다’ 외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 때는 ‘비위가 틀리다’, 마음에 거슬리고 아니꼬울 때는 ‘비위가 상한다’고 한다.
3. 사족을 못 쓰다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쓴다’ ‘친구라면 사족을 못 쓴다’처럼 무슨 일에 반하거나 혹하여 꼼짝을 못할 때 ‘사족을 못 쓴다’고 한다. ‘사족(四足)’은 짐승의 네 발을 뜻하는 말로 사람으로 치면 두 팔과 두 다리를 말한다. 즉, ‘사족을 못 쓴다’는 말은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몹시 좋아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사족은 보통 짐승에게 쓰는 말로 사람한테 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표현이다. 같은 뜻으로 ‘오금을 못 쓰다’ 혹은 ‘오금을 못 펴다’라는 말도 있다. ‘오금’은 무릎 뒤쪽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부분인데, 오금을 못 쓴다는 것 역시 꼼짝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좋아서 마음이 끌리는 경우 보다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때 주로 쓰인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