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쓸개 빠지다
‘쓸개’는 간에서 분비되는 쓸개즙을 저장하고 농축하는 주머니이다. 쓸개는 십이지장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저장해 두었던 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해 소화를 돕는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과감한 기운이 쓸개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겁이 없고 용감한 사람을 ‘쓸개 자루가 크다’ 즉 ‘담(膽)이 크다’고 하는 것이다. 또,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 있을 때 ‘줏대 있다’는 말을 하는데, 쓸개는 몸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줏대’가 없을 때 ‘쓸개 빠졌다’고 한다. 이처럼 쓸개는 용기와 줏대를 상징한다. 그래서 ‘쓸개가 빠졌다’는 건 곧 비겁하고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휩쓸린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2. 걸신들리다
귀신 중에서 가장 불쌍한 귀신은 아마 ‘걸신(乞神)’일 것이다. 걸신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는 귀신이다. 걸신은 언제나 배가 고파서 음식만 봤다 하면 심하게 탐을 내고 마구 먹어댄다고 한다. 지나치게 음식에 욕심을 낼 때 ‘걸신들렸다’고 하는데, 바로 이 귀신이 씌였다는 뜻이다. 귀신이 씌인 사람은 그 귀신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데, 걸신이 들리면 음식을 탐하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의미로 ‘염치없이 마구 가지려고 탐내는 모양’ 또는 그런 마음을 ‘게걸’이라고 한다. 이러한 욕심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을 ‘게걸들렸다’ ‘게걸스럽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음식을 욕심껏 예의없이 마구 먹어대는 모습을 보고 ‘게걸스럽다’고 하는데, 이때는 ‘게검스럽다’라고 하는 게 맞다. ‘게걸스럽다’는 먹고 싶어서 욕심내는 마음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고, ‘게검스럽다’는 욕심 사납게 먹어대는 모습이 보기 안 좋을 때 쓰는 말이다.
3. 뜬금없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고 엉뚱한 행동을 할 때 ‘뜬금없다’고 한다. ‘뜬금’이 대체 무엇이길래 없다고 하는 걸까? ‘뜬금없다’는 옛날 곡물 시장에서 가격을 정하던 방법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에는 쌀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시세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값이 매겨졌다. 지금도 농수산물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곳에서는 경매로 그때그때마다 값을 매기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때 거래의 기준이 되는 가격을 ‘뜬금’이라고 한다. ‘뜬금’은 ‘일정하지 않고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란 뜻이다. 곡물 시장에서 뜬금을 정하는 일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이므로, 뜬금없이 곡식이 거래될 수는 없다. 곡식의 거래는 생존에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므로 뜬금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고 없이 갑작스레 일어나 당황스러운 상황을 ‘뜬금없다’고 하게 된 것이다. 뜬금없는 말이나 행동을 잘하는 사람을 ‘뚱딴지같다’고 한다. ‘뚱딴지’는 ‘돼지감자’라고도 부르는 국화과 식물이다. 꽃은 예쁜데 뿌리가 너무 엉뚱하게 생겨서 그런 건지, 상황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면 ‘뚱딴지같다’고 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