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 일요일

아사리판阿闍梨判 - 질서 없이 어지러운 상태

아사리판阿闍梨判 - 질서 없이 어지러운 상태

아사리판(阿闍梨判) - 질서 없이 어지러운 상태

언덕 아(阝/5) 사리 사(門/9) 배 리(木/7) 판단할 판(刂/5)

질서가 없고 제 주장만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은 많다. 먼저 속된 표현으로 개판을 가장 많이 쓴다.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이른다.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사납게 싸우는 泥田鬪狗(이전투구)는 처음 강인한 함경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옛날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질서 없이 들끓어 뒤죽박죽이 된 亂場(난장)에서 온 난장판도 있다. 이렇게 드러난 말뜻도 알 수 있고 유래도 뚜렷한 말과 달리 아사리판은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이면서도 일상에서 흔히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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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이라며 주장하는 몇 가지 중에서 우리말에서 왔다는 것을 먼저 보자. 빼앗거나 가로채다는 ‘앗다’의 줄기 앗-‘에서 매김꼴씨긑 을이 붙고 그 아래 사람을 나타내는 이가 붙어 앗을이가 변해서 됐다는데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했단다. 일본말 아사리(あさり, 浅蜊/ 천리)라는 조개에서 어원을 찾는 것은 담긴 그릇이 흔들릴 때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난다는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蜊는 참조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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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보다 더 솔깃해지는 것이 불교에서 왔다는 이야기다. 수행을 중시하는 小乘佛敎(소승불교) 종단에서 교육을 담당할 만큼 덕이 높은 스승, 또는 도가 높은 승려를 말하는 阿闍梨(아사리)에서 유래했다고 밝힌다. 아사리를 한역할 때 阿牀利(아상리), 혹은 阿遮利夜(아차리야)라고도 한단다. 사리 闍(사)는 ‘담 도’로도 읽힌다.

불교에서 나온 말 중에서 원 뜻과는 많이 변한 말이 상당히 많다. 학승과 사무를 맡은 승려 理判事判(이판사판)이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말하거나 싸우기를 좋아하는 악신의 이름인 阿修羅(아수라)가 난장판인 아수라장이 된 것 등이다. 덕이 높은 스승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이 모습이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인 데서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을 말하게 된 것으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