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6일 화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압권(壓卷)

‘이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이야.’ 여기에서 ‘압권’은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로 쓰인다.

옛날 조선시대에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과거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급제한다고 하고, 1등을 장원급제라고 한다. 모든 유생들의 목표이고, 로망인 셈이다. 과거장에 모인 선비들이 시험을 치르고 나면 시험관들이 점수를 매겨 합격자를 뽑았다. 시험관들은 합격자를 발표하기 전에 급제자들의 답안지를 함께 올리면서 임금에게 보고하게 되는데, 이때 장원으로 뽑은 답안지를 맨 위에 올려놓았다. 가장 잘 쓴 답안지가 맨 위에서 나머지 답안지들을 누른다고 해서 이 답안지를 ‘압권(壓卷)’이라고 했다. ‘권(卷)’은 책을 뜻하는 것으로, 답안지를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압권은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뜻할 때 주로 쓰이고 있다.

2. 백미(白眉)

‘白(흰 백)眉(눈썹 미)’는 ‘흰 눈썹’이란 뜻으로, 여럿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촉나라의 제갈량, 즉 제갈공명(諸葛孔明)과도 친교를 맺었던 마량(馬良)은 형제가 다섯이었다. 형제가 모두 재주가 뛰어났으나 그 중에서도 마량이 가장 뛰어났다. 그 고장사람들은 말하기를 “마씨 형제 모두가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마량’이 가장 훌륭하다(馬氏五常 白眉最良)”라고 하였다. 즉, 마량은 어려서부터 눈썹에 흰 털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백미’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때부터 같은 무리 안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백미’라 부르게 되었고, 지금은 사람만이 아니라 뛰어난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백미’라 부른다.

3. 잡동사니

조선 시대에 안정복(1712~1791)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안정복은 벼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학문에만 열중했다. 실학자로서 유교 이념을 합리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며, 동사강목 열조통기등을 쓴 사람이다. 유학은 물론이고 역사, 천문, 지리, 의약 등 여러 분야에 조예가 깊어,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한번은 안정복이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데 하인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저 주위의 흔한 이야기들이지만 어찌나 구수하고 재미있던지 자기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안정복은 ‘재미없고 지루한 역사 이야기나 실학 이야기가 아닌 저렇게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안정복은 중국의 역사와 제도를 비롯해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수집해 두었다가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양반들이 보아서는 별로 중요할게 없는 그저 흥미위주의 잡다한 이야기를 모았다는 뜻에서 《잡동산이(雜同散異)》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금 우리가 쓰는 ‘잡동사니’라는 말은 바로 이 책의 제목에서 따온 말로, ‘쓸모없는 잡다한 여러 가지 물건’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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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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