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화요일

송구영신送舊迎新

■ 송구영신送舊迎新

■ 송구영신(送舊迎新)

시간은 잡을 수도 없고 잡는다고 주저앉지도 않는다. 되돌릴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연말이 되면 가장 많이 쓰이고 떠오르는 단어가 ‘송구영신(送舊迎新)’ ‘송고영신(送故迎新)’ 이다. 글자 그대로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하다’ ‘지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다’ 로 풀이할 수 있다. 옛 선비들은 세밑이 되면 이 네 글자를 써내려가면서, 지난 한 해에 대한 이런저런 반성을 했을 터이고, 다가올 새 시간에 대한 각오와 새 희망을 꿈꾸었으리라.

현재 송고영신 또는 송구영신은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엄밀히 기원을 따져보면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송고영신(送故迎新)의 원전(原典)은 한서(漢書)의 왕가전(王嘉傳)에 있다고 한다. 20세에 즉위하여 26세에 죽은 애제(哀帝:기원전 26년-기원전 1년)는 왕위를 이어 받아 6년 동안 통치했지만, 정치는 뒤로 미루고 여색(女色)뿐만 아니라 남색(男色)을 탐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이런 변변치 못한 왕에게도 ‘왕가(王嘉)’라는 올바른 재상이 있었다.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뛰어난 인재를 등용시키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고, 다행히 왕의 신임을 받아 그럭저럭 국정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吏或居官數月而退, 送故迎新, 交錯道路 (리혹거관수월이퇴, 송고영신, 교착도로)』 왕가가 왕에게 쓴 글 일부이다. 여기에 송고영신(送故迎新)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해석을 해보면, 『관리가 수개월 있다가 물러나면. 구관일행을 보내고 신관일행을 맞이하는 바람에 서로 뒤섞여 도로가 혼잡했습니다.』

위 글에서 송고영신(送故迎新)은 일종의 관가(官家)의 언어로,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한다는 말로 소위 요즘으로 말하면 이·취임을 의미한다. 온전하게 요즘 의미와 같은 송고영신(送故迎新)이 등장하는 것은 당 말부터 송나라 초까지 이름을 날리던 대학자 서현(徐鉉)에 의해서이다. 왕가의 송고영신(送故迎新)보다 한참 지나서이다.

- 제야(除夜) / 서현(徐鉉) -

寒燈耿耿漏遲遲 한등경경루지지 차가운 등불은 반짝반짝 시간은 느릿느릿

送故迎新了不欺 송고영신료부기 옛것 배웅하고 새해를 맞음에 거짓이 없네.

往事倂隨殘曆日 왕사병수잔력일 지난 일은 남은 날을 따라 물러나겠지만

春風寧識舊容儀 춘풍녕식구용의 봄바람이 찾아오면 옛 모습 알아는 보려나. <후략(後略)>

이 시를 음미해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해의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가는 세월에 대한 회한이 묻어난다. 해가 바뀌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서글픔도 담겨있어 다가올 봄이 찾아와 늙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이 시에서 등장하는 송고영신(送故迎新)은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연말에 딱 부합되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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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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