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 일요일

촌철살인寸鐵殺人 - 한 치의 쇠붙이로 사람을 죽이다, 한 마디로 핵심을 찌르다.

촌철살인寸鐵殺人 - 한 치의 쇠붙이로 사람을 죽이다, 한 마디로 핵심을 찌르다.

촌철살인(寸鐵殺人) - 한 치의 쇠붙이로 사람을 죽이다, 한 마디로 핵심을 찌르다.

마디 촌(寸/0) 쇠 철(金/13) 죽일 살(殳/7) 사람 인(人/0)

손가락 한 마디 정도(3cm)인 한 치는 작은 단위의 기본이다. 한 치 밖에 안 되는 쇠붙이(寸鐵)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殺人)는 말은 실제로 조그만 무기를 사용한다는 말이 물론 아니다. 한 마디의 말, 간단한 경구로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사물의 핵심을 찌를 때 비유로 많이 쓰인다. 정수리에 침을 놓는다는 뜻으로, 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말하는 頂門一鍼(정문일침)도 같은 말이다. 줄여서 단 한 방으로 무엇을 해결하거나 일거에 처리하는 것을 一針(일침)이라 하는 것도 같은 쓰임새다.

宋(송)나라 때의 선승 宗杲(종고, 1089~1163, 杲는 밝을 고) 선사는 설법에 능해 제자가 2000명도 넘었다고 한다. 화두를 사용하여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看話禪(간화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이야기를 던져놓고 깊은 사색으로 해탈에 도달해야 하니 한 마디가 촌철이 된다. 종고선사가 선에 대해 말한 대목을 보자. 어떤 사람이 수레에다 가득 무기를 싣고 와서 하나를 꺼내 휘두르고, 또 하나를 꺼내 휘둘러도 사람을 죽이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면서 이어진다. ‘나에게는 단지 한 치밖에 안 되는 쇳조각만 있어도 능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我則只有寸鐵 便可殺人/ 아즉지유촌철 편가살인).’ 선의 본바탕을 말하는 선사가 살인이라 비유한 것은 마음속의 잡된 생각을 없애고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을 집중하여 수양한다면 그 결과 나오는 아주 사소한 것 하나가 사물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감동시킬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의 출처는 ‘鶴林玉露(학림옥로)’란 책이다. 朱熹(주희)의 제자였던 南宋(남송)의 학자 羅大經(나대경)이 당대의 歐陽脩(구양수)나 蘇軾(소식) 등과 주고받은 어록과 시화, 평론을 모은 것이다. 天地人(천지인) 3부로 나눠진 이 책 地部(지부)에 실려 있다. 각 분야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고 정리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아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한 마디를 던져 놓고 모든 사람을 감동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로써 말이 많은 오늘날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국정을 이끄는 수단이 말인 정치권에서는 더욱 말 폭탄이 오가 시끄럽다. 막말이 아닌 이치에 맞는 말로 주고받아 서로 승복하는 사회가 언제 되려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