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삼척吾鼻三尺 - 내 코가 석 자, 내 사정이 급해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
오비삼척(吾鼻三尺) - 내 코가 석 자, 내 사정이 급해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
나 오(口/4) 코 비(鼻/0) 석 삼(一/2) 자 척(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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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어려운 사정에 처했는데도 내 사정이 더 급하고 어려워서 돌볼 여유가 없을 때 ‘내 코가 석 자’라는 속담을 자주 쓴다. 평시에 남을 잘 돕는 사람이라도 안타깝지만 마찬가지다. 한 자의 길이를 한자로 1尺(척)인데 1척은 10寸(촌)이고 1촌이 약 3.03cm이니 30.3cm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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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가 석 자이면 30cm 대자의 3배의 길이라 1m 가까이 되는 길이가 된다. 거짓말하면 커진다는 피노키오(Pinocchio)의 코도 아니고 아무래도 과장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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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속담을 한역한 대표적인 책이 ‘旬五志(순오지)’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조선 중기의 학자 洪萬宗(홍만종)이 보름이 걸려 완성했다고 하는 문학평론집으로 부록에 우리의 속담 130여개가 실려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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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가 석 자란 속담에 해당하는 것이 이 책에는 ‘나의 콧물이 석 자나 드리워졌다(吾鼻涕垂三尺/ 오비체수삼척)’로 되어 있다. 涕는 눈물 체. 코의 길이가 아니라 감기로 인해 흐르는 콧물이 길게 늘어져 그것부터 처리하기 바쁘니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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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코가 석 자도 넘어 코끼리 코가 된 이야기도 있다. 신라시대 설화인 旁㐌(방이, 旁은 곁 방, 㐌는 종족이름 이) 이야기는 興夫傳(흥부전)의 원안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동생이 욕심이 많다. 형이 부자인 동생에게 곡식 종자를 구걸하러 갔다. 심술궂은 동생은 씨앗을 삶아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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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모르고 곡식을 심은 형은 딱 하나의 씨앗에서 싹이 트자 애지중지 길렀으나 새가 물어 달아났다. 새를 쫓아 산으로 들어간 형이 도깨비들의 금방망이를 얻어와 큰 부자가 됐다. 소문을 듣고 동생도 도깨비들을 찾아 갔다가 금방망이를 훔쳐간 도둑으로 몰려 코만 코끼리 코만큼 커진 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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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에 서로 돕고 남을 배려하던 우리의 옛 미덕은 시대가 변하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게 삭막해졌다. 이는 물론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공동체가 해체되고 핵가족으로 분화됐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이웃을 돌볼 처지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져 제 살길을 찾기가 더 바빠진 데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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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침체되는 중에도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평균 5배가 되고 10%가 넘게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보도됐다. 여유 없는 생활이라도 잠시만 이들에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