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정할 정(米/8) 귀신 신(示/5) 한 일(一/0) 이를 도(刂/6)
어찌 하(亻/5) 일 사(亅/7) 아닐 불(一/3) 이룰 성(戈/3)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精神(정신)은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이라 풀이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뜸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A sound mind in a sound body)‘란 유명한 서양 격언을 떠올린다. 체력단련이나 보디빌딩에 힘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 시인인 유베날리스(Juvenalis)의 풍자시에 등장한다는 이 말은 그러나 검투사들의 신체단련 열풍이 번지는 것에 못마땅하여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들면 바람직할 것‘이란 의미로 썼다고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보다 속도 알차게 채우라는 충고로 보면 좋겠다.
이 정신을 동양에선 修養(수양)에 의미를 더 두어 갖가지 좋은 말을 남겼다. 사나운 호랑이에 맞서 정신을 집중하여 화살을 쏘았더니 바위에 박혔다는 中石沒鏃(중석몰촉)이나 한 가지 일에 오로지 마음을 바치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孟子(맹자)의 專心致志(전심치지)도 같은 교훈이다. 이보다 더 잘 알려진 말로 새해 결심을 다짐할 때나 좌우명으로 애용하는 것이 ‘한 가지 일에 온 정력을 집중하면(精神一到) 무슨 일이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何事不成)’는 이 성어다. 중국 宋(송)나라의 유학자로 朱子學(주자학)을 집대성한 朱熹(주희, 1130~1200)의 말이다.
‘朱子語類(주자어류)’는 주희와 문인 사이에 행하여진 문답의 기록을 사후에 주자학자 黎靖德(여정덕)이 집대성한 책이다. 전체 140권인 이 책의 제8권에 이 말이 등장한다. 그 부분을 보자. ‘양기가 발하는 곳이면 쇠와 돌도 뚫을 수 있다(陽氣發處 金石亦透/ 양기발처 금석역투),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어떤 일도 이루지 못하겠는가(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일도 하사불성).’ 태양처럼 뜨겁고 밝은 기운이 양기인데 생명의 원천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나듯 굽히지 않는 의지로 일을 하게 되면 모든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한민족은 불굴의 의지를 지녔다고 자랑한다. 조그만 국토에서 이웃 대국이 虎視眈眈(호시탐탐) 노려도 굴하지 않고, 植民(식민)지배를 당하고서도 반만년 역사를 지키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룩했으니 외국서 더 놀란다. 앞의 어려운 말보다 쉽게 와 닿는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란 우리 속담이 있다. 이것을 또 어렵게 한역하여 不怕被虎呁 只要不慌神(불파피호균 지요불황신, 怕는 두려워할 파, 呁은 토할 균)이라고도 했지만 위험 앞에서도 태연한 視險若夷(시험약이) 정신이 있었기에 수시로 닥치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 글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