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모茶母 1편
■ 다모(茶母) 1편
다모(茶母)는 ‘차(茶) 심부름을 하는 여자’, 즉 관청에서 차를 끓이는 등의 잡무를 담당하는 여성을 말한다. ‘식모(食母)’, ‘침모(針母)’와 더불어 관가나 사대부 집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천민이다. 조선시대 사헌부 관원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날 다시청(茶時廳)에 모여 차를 마시곤 했다. 이를 위해 관사에는 궁궐 무수리처럼 허드레일을 도맡아하는 다모(茶母)가 필요하였다. 그러한 본래 역할에서 더 나아가 남성이 수사하기 어려운 양반 부녀자들의 사건에서부터 중요한 역모 사건까지 다루는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 범죄 수사관의 역할까지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오늘날의 여자 경찰의 효시라고 볼 수 있는 다모. 그러나, 다모에 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단 몇 줄뿐이다. 다모는 조선 초 왕족을 치료하는 의녀에서 시작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의술에 관한 시험을 치르는 의녀가 세 번 낙제하면 차 수발을 드는 관비로 전락하여 다모가 되는 것이다.
『의녀는 혜민국 제조(惠民局提調)가 매월 공부한 것을 시험 보아 통(通: 잘함)하고 불통(不通: 잘 못함)한 것을 적어두어, 매월 성적이 좋은 사람 3명을 일일이 베껴 써서 왕에게 아뢰어 월급을 주도록 하되, 그 중에 3번 불통한 자는 혜민국 다모(惠民局茶母)로 정하였다가 3략(略: 보통 잘함) 이상을 채우면 본래 직임에 돌려보내소서.』 《세조실록 9년 5월 22일》
《조선왕조실록》의 이 기록은 의녀로 선발된 여자가 공부를 잘 못하면 일종의 벌로 혜민국의 다모로 보내졌던 사실을 말해준다. 이는 마치 장악원 기생이 재주(가무 능력)가 없으면 함경도 변방의 수자리(국경을 지키는 초소 또는 민병) 군인들을 위한 하급 기생으로 보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모는 부녀자들에 대한 범죄 수사에 가끔 차출되기 시작하였고, 중종 이후 조선 중기부터는 정보·수사 형사로 범죄 수사에만 전념하는 여자 수사관으로 활약하면서 남자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사대부 여성들에 대한 수사 및 수색, 부녀자 사체확인, 호화 혼수 등 미풍양속 저해사범 및 과부 보쌈(납치) 단속 등의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처럼 의녀와 다모 사이에는 직분의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들이 담당하던 업무도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즉 여성 수사관의 역할 같은 것은 원래 의녀에게 부여된 임무였으나 의녀들이 때때로 다모로 좌천되어 본래 의녀가 하던 일과 다모의 일이 모호하게 섞이게 되면서 다모에게도 점차 수사관의 역할이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가령 처음에는 좌천된 의녀들만 수사에 동원되었으나, 긴급하거나 인원이 많이 필요한 사건이 생겼을 때에는 좌천된 의녀뿐만 아니라 본래의 다모도 동원되는 일이 많아졌다.
- 2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