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난정鄭蘭貞 2편
■ 정난정(鄭蘭貞) 2편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고 하던 조선 양반들의 유교적 가치관에 도전했던 여인들은 하나 같이 악녀로 몰리게 마련이다. 정난정(鄭蘭貞)은 합천 출신의 무관 정윤겸과 소실 이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당당한 무반이었지만 어머니는 군영에 소속된 관비 출신이었으므로 정난정은 종모법(從母法)에 따라 출생과 동시에 천민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고관이었으므로 신역몸값을 치르면 평민처럼 살아갈 수 있었지만, 언제라도 상황이 바뀌어 나라에서 부르면 여종으로 살아야 할 처지였다. 게다가 혼인하여 자식을 낳으면 그들 역시 천민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정난정과 윤원형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졌다. 문정왕후의 수태 불공을 드리러 봉은사에 갔던 윤원형이 보우대사의 소개로 그녀를 알게 되었다. 정난정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린 윤원형은 아버지 정윤겸에게 그녀를 첩으로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그 말을 전해들은 정난정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당신의 후사를 이어주면 나를 정실로 맞이하겠다는 서약서를 써주세요. 평생 무시당하는 소실로 살 바에야 차라리 비구니가 되겠어요.”
이미 정실이 있었던 윤원형은 정난정의 당찬 태도에 매우 당황했지만, 이미 내친걸음이라 그녀가 원하는 대로 서약서를 써 주고 말았다. 당시 정난정은 윤원형이 유교의 근본주의에 물들지 않고 양반사대부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불교를 신봉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의 불심은 독실한 불교도였던 누이 문정왕후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정난정은 그리하여 원치 않던 소실이 되었지만 집안에서 당당하게 행동했다. 전통적인 반가의 여주인답게 질서를 잡으려 했던 본처 김씨가 오히려 기가 죽었다. 김씨로서는 집안의 대를 잇지 못한 것이 커다란 약점이었다. 억울한 심정으로 남편에게 소실의 건방진 행태를 고발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남편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인종이 즉위한 뒤 윤임이 이끄는 대윤이 득세하여 이언적 등 사림 세력을 기용하는 등 기세를 떨쳤지만 명종이 즉위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수렴청정을 맡은 문정왕후 윤씨가 자신의 정책에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사림에 철퇴를 휘둘렀던 것이다. 당시 소윤의 대표자였던 윤원형은 중종 사후 윤임이 중종의 여덟 째 아들 봉성군 이완에게 왕위를 옮기려 했으며, 인종이 죽었을 때는 성종의 셋째아들 계성군 이순을 옹립하려 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를 빌미로 문정왕후는 유관과 유인숙을 사사하고 이들과 손잡았던 사림 세력을 숙청했다. 명종 즉위년인 1545년에 일어난 을사사화이다.
- 3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