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별별 직업 3편
■ 조선의 별별 직업 3편
1. 글씨 써주는 남자 ‘서수’
모든 기록물을 직접 붓으로 작성했던 시대에 글씨는 지식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뛰어난 서법(書法)을 익힐 수는 없었다. 글씨를 대신 써 주는 전문가가 있었으니, 이들을 서수(書手)라 불렀다. 서수에 대한 언급은 고려시대부터 등장한다.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에는 고려시대 문하부(門下府) 이속(吏屬)에 서수의 직(職)을 두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18세기 후반을 전후해 서수들은 뛰어난 글씨로 민간 분야에서 전문가 집단을 형성했다. 영조실록에 ‘이제동’이라는 인물이 신씨 집안에서 10년 넘게 서수 노릇을 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서수들은 주로 어떤 활동을 했을까?
서수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곳은 과거시험 현장이었다. 조선 후기 과거에 응시하는 사람은 좋은 자리를 잡아주는 ‘선접군’ 답지를 대신 작성해 주는 ‘거벽’ 작성된 답지를 깔끔하게 필사해 주는 ‘서수’가 한 팀을 이뤄 시험을 치렀다. 이익이 과거시험 답지를 스스로 작성하는 사람이 10%도 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기록을 보면, 이러한 모습은 당시 매우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서수의 대필(代筆)은 부정행위로 연결되고 사회문제로도 부각됐다. 그래서 정조는 거벽과 서수의 과거시험장 출입 금지령을 내렸으나 완전히 근절하지는 못했다.
관청에 제출하는 공문서작성 및 필사 역시 서수가 담당했다. 서수는 작문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문서작성을 대행하거나 훌륭한 글씨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수수료를 받고 글씨를 써주었다. 서수들은 사대부가의 기록물, 고전소설, 과거시험 답지, 그리고 각종 공문서 등의 필사를 담당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2. 기생 매니저 ‘조방(助房)’
기생과 고객을 연결해주고 기생의 스케줄과 수입까지 관리해 주는,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의 매니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문가를 가리켜 ‘조방(助房)’이라 불렀다. 기생은 각종 국가행사 에 동원되어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는 것이 본분이다. 이들은 나라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일반 남성을 접대하는 것은 원래 불법이다. 하지만, 양반이나 그 자제들의 연회를 주최하고 기생들을 조달해 주는 비밀영업으로 조방들은 큰돈을 벌었다. 조방에 대한 인식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조방은 기생을 착취하는 포주나 기둥서방 같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런 존재이기도 했다.
- 4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