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5일 금요일

부이세어附耳細語 -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하다,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않다.

부이세어附耳細語 -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하다,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않다.

부이세어(附耳細語) -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하다,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않다.

붙을 부(阝/5) 귀 이(耳/0) 가늘 세(糸/5) 말씀 어(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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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허물은 모르고 남의 흉 들추기는 쉽다. ‘남의 흉이 한 가지면 제 흉은 열 가지’란 속담 그대로다. 그렇게 쉬운 말이라도 한 번 잘못 뱉은 말은 두고두고 올가미가 된다. 이 난에서도 나왔던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란 뜻의 口禍之門(구화지문)이 가장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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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은 하기 쉽고 또 조심해야 한다고 깨우쳐도 설화는 계속되니 그 전에 남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귀를 가까이 당겨(附耳) 가는 소리로 소곤거리며(細語) 남이 듣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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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의 명신 黃喜(황희, 1363~1452)의 일화에서 유래됐다. 그는 18년간 영의정에 재임하며 어진 인품과 청렴한 생활 태도로 백성들이 존경했고 세종에게서 아낌없는 신임을 받았다. 모두의 옳은 점만을 본다고 하여 好好先生(호호선생)이라 불렸던 황희 정승의 젊을 때 이야기가 ‘芝峯類說(지봉유설)’에 실려 전한다. 조선 중기의 명신 李睟光(이수광, 1563~1628, 睟는 바로볼 수)의 저작으로 서양과 천주교 지식을 소개한 책이다. 줄거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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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에 오르기 전 황희가 어느 날 길을 가다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들판에서 농부가 두 마리의 소에 멍에를 씌워 밭을 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두 마리 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더 잘 하는지 물었지만 농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밭가는 것을 멈춘 뒤 황희에게 다가와 귀에 바짝 대고 한 쪽이 낫다고 말한다(輟耕而至 附耳細語曰 此牛勝/ 철경이지 부이세어왈 차우승). 輟은 그칠 철. 황희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왜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하는지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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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비록 짐승이지만 마음은 사람과 똑 같습니다(雖畜物 其心與人同也/ 수축물 기심여인동야). 이 소가 나으면 저 소가 못할 것이니 그 말을 들으면 어찌 불평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사려 깊은 농부의 말을 듣고 황희는 벼슬에 오른 뒤 다른 사람들의 장단점을 쉽게 말하지 않았다. 不言長短(불언장단)이나 畜心同人(축심동인)이란 말이 여기에서 함께 나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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