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어주는 남자, 전기수傳奇叟 3편
■ 책 읽어주는 남자, 전기수(傳奇叟) 3편
전기수는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꽤 있었다고 하지만, 60년대 이후 라디오가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들을 거리가 생겨났고, 전기수들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70년대 들어와서는 텔레비전까지 보급되자 완전히 소멸하게 되었다. 현재 활동하는 이로는 정규헌 옹뿐이다. 정규헌 옹은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은 고소설 낭독 등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서이다. 부친인 정백섭을 따라 어릴 적부터 소설에 가락을 얹어 읽어 주는 활동을 했다 하니 2대째 전기수를 하는 셈이다. 그는 주로 《춘향전》, 《심청전》, 《신유복전》, 《조웅전》, 《장끼전》 등을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월북 작가 한설야(韓雪野:1900~1976)의 《나의 인간 수업, 작가 수업》에는 신소설을 읽고 있는 전기수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거기에는 허줄한 사나이가 가스등을 놓고 앉아 있으며, 그 사나이는 무슨 책을 펴 고래고래 소리 높여 읽고 있었다. 그 사나이 앞 가스등 아래에도 그런 책들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었다. 울긋불긋 악물스러운 빛깔로 그려진 서툰 그림을 그린 표지 위에 ‘신소설’이라고 박혀 있고 그 아래에 소설 제명이 보다 큰 글자로 박혀 있었다.
그 사나이는 이 소설을 팔러 나온 것이며 그리하여 밤마다 목청을 뽑아 가며 신소설을 낭송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나이의 주변에는 허줄하게 차린 사람들이 언제나 뺑 둘러앉아 있었다. 얼른 보아 내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인력거꾼, 행랑어멈 같은 뒷골목 사람들이었다. 거기에는 젊은 여인의 얼굴도 띄엄띄엄 섞여 있었다.』
이 글을 보면 구경꾼들은 대부분 인력거꾼, 행랑어멈 등 어렵게 사는 이들이다. 그래서 전기수의 활동 시간도 그들이 일을 마친 밤이었다. 흥미로운 것이 전기수는 읽어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소개하면서 직접 팔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이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흥미롭고 실감나게 연기하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수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쉽게 찾기 어렵고, 문헌에 그 이름이 몇 명 보일 뿐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