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较 bǐjiào
比较 bǐjiào
1. 비교하다 2. 비교적 3. …에 비해
일신우신(日新又新) - 날로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진다.
날 일(日/0) 새 신(斤/9) 또 우(又/0) 새 신(斤/9)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 옷, 새 신발, 새 집에 새 가구 등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새 술은 새 負袋(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우리 속담이 아니고 성서에서 유래한 영국 격언이다. 새 술이라서 새 가죽 자루에 넣는다는 것이 아니고 낡은 부대에 넣으면 솔과 같이 못 쓰게 된다는 이야기다. 孔子(공자)도 옛것만 많이 익혀서는 쓸모가 없고 그것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것을 익혀야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溫故知新(온고지신)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나날이 새로워지고(日新) 또 새로워진다(又新)는 잘 알려진 이 성어는 日日新 又日新(일일신 우일신)의 준말이다. 중국 고대의 夏(하)나라 폭군 桀王(걸왕)은 현신의 간언을 듣지 않고 사치를 일삼고 포악한 정치를 펼쳤다. 이를 보다 못한 제후들은 걸왕을 내쫓고 신망이 높았던 湯(탕)을 천자로 추대하니 商(상)나라다. 成湯(성탕)이라고도 하는 湯王(탕왕)은 걸왕의 학정을 반면교사로 생각하며 제도와 전례를 정비하는 등 백성들을 잘 다스려 역대 聖君(성군) 중의 하나로 추앙받는다.
덕치주의의 이상을 보인 탕왕도 매일 사용하는 세숫대야에 자신을 경계하기 위한 글을 새겨놓았다. 禮記(예기)에 포함되어 있던 것을 四書(사서)로 독립시킨 ‘大學(대학)’에 나오는 부분을 보자. ‘탕왕의 대야에 새긴 경계의 말에 이르길, 진실로 새로워질 수 있다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고 했다(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탕지반명왈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소반 盤(반)은 물을 담는 청동 그릇, 좌우명 할 때의 새길 銘(명)은 그 그릇에 새겨진 글이다. 苟는 진실로 구, 또는 구차할 구. 탕왕이 새긴 9자의 글자는 湯盤銘(탕반명), 湯銘(탕명)이라 말하기도 한다.
탕왕이 추구한 새로운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착한 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갈고 닦는 것을 가리킨다. 나쁜 것에 휘둘리지 않고 착한 바탕을 그대로 지켜 나가는 것이 새로운 것이 된다. 새로운 것을 강조한다고 지나간 것을 모조리 폐기한다면 그 또한 지나가면 새로운 것이 될 수 없다. 이럴 때는 경험이 많거나 익숙한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속담이나, 구약성서에 나오는 ‘하늘 아래 새 것이 있을 리 없다’란 구절을 되살필 필요가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사택망처(徙宅忘妻) – 집을 옮기며 아내를 잊어버리다.
옮길 사(彳/8) 집 택(宀/3) 잊을 망(心/3) 아내 처(女/5)
지나간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할 때 健忘症(건망증)이라 한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을 잘 잊을 때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또는 ‘정신을 꽁무니에 차고 다닌다’고 놀려 댄다. 이런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약 집을 옮길 때(徙宅) 부인을 잊어버리고 간다(忘妻)면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요즘이야 이사를 할 때 부인이 남편을 버리고 갈까봐 먼저 짐차에 올라탄다고 하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성어는 매우 중요한 일을 놓쳐 버리는 일이나 그런 얼빠진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徙家忘妻(사가망처)라고 해도 같다.
이렇게 부인을 두고 갈 정도로 중요한 것을 빠뜨리는 사람보다도 孔子(공자)는 더 심한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春秋時代(춘추시대) 말기 魯(노)나라의 哀公(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과인은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집을 옮기면서 아내를 잊어버렸다고 들었는데(寡人聞忘之甚者 徙而忘其妻/ 과인문망지심자 사이망기처) 실제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공자는 이런 사람이 실제 있지만 더 심한 사람도 있으니 자기 몸을 잊어버리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고 아리송해하자 옛날 夏(하)나라의 桀(걸)이나 商(상)나라의 紂(주)같은 폭군이 그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천자의 자리에서 사해를 가지는 부를 갖고 있으면서도 국사는 돌보지 않고 사치와 황음에 빠졌다고 했다. 또 권세에 아부하고 남을 비방하기 좋아하는 간사한 사람들만 곁에 두어 충성스럽고 정직한 신하들은 모두 추방시켰기 때문에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며 말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의 몸을 잊은 더 심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此謂忘其身之甚矣/ 차위망기신지심의).’ 중국 삼국시대 魏(위)나라 王肅(왕숙)이 편찬했다고 하는 ‘孔子家語(공자가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책은 공자의 언행 및 문인들과의 논의를 수록한 책인데 賢君(현군)편에 실려 있다.
일상에서 사소한 것을 잊어도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더 큰 약속을 하고서도 잊거나 일부러 하지 않는 높은 사람들도 많으니 이들의 처사는 국민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임인유현(任人唯賢) - 인품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 일을 맡기다.
맡길 임(亻/4) 사람 인(人/0) 오직 유(口/8) 어질 현(貝/8)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독단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는 없다. 자격을 갖춘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능력을 발휘할 때 그 집단은 빛을 발한다. 이럴 때 자주 인용되는 ‘人事(인사)가 萬事(만사)’라는 말은 잘못 되었을 때 비아냥거리는 ‘인사가 亡事(망사)’라는 말이 더 유명할 정도로 인사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능력은 보지 않고 가까운 사람을 임용하는 任人唯親(임인유친), 떠도는 이야기만 듣고 사람을 들이는 以言取人(이언취인), 그리고 겉모습인 용모만 가지고 사람을 쓰는 以貌取人(이모취인) 등은 망사의 지름길이다.
오직 능력과 인품만을 보고 사람을 뽑는다면 가장 이상적이라는 이 성어는 어진 사람이나 유능한 사람에게 지위를 양보해 준다는 推賢讓能(추현양능)과 통한다. 尙書(상서)라고도 하는 중국 고대의 기록 ‘書經(서경)’에 같은 뜻의 글이 실려 역사도 오래 됐다. 商(상)나라의 20대 왕 武丁(무정)은 현명한 재상에게 정치를 맡겨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잡았다. 담장을 쌓는 노예 출신의 傅說(부열)을 발탁하여 재상으로 삼고 충언을 귀담아들은 왕도 무정이었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 것은 모두 관리들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 부열이 무정에게 고한 말이 說命(열명) 중편에 나온다. ‘벼슬은 사사로이 친한 사람에게 주어서는 안 되고 능력 있는 이에게 주시고(官不及私昵 惟其能/ 관불급사닐 유기능), 작위는 나쁜 덕을 가진 사람에게 주시지 말고 오직 현명한 이에게만 주십시오(爵罔及惡德 惟其賢/ 작망급악덕 유기현).’ 昵은 친할 닐.
중국 역사상 최고의 유능한 재상으로 꼽는 管仲(관중)이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자기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어떻게 보답하겠는지 묻는 관원에게 대답한다. ‘나는 현명하고 능력이 있는 자를 등용하여 공적이 있는 자를 평가할 따름이오(我且賢之用 能之使 勞之論/ 아차현지용 능지사 노지론).’ 작은 도움을 주고서 크게 바라는 사람은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말한 것이다. ‘韓非子(한비자)’ 外儲說(외저설) 左下(좌하)편에 있는 이야기다. 儲는 쌓을 저.
조선 正祖(정조) 대왕은 탕평책을 도입하며 ‘천하의 일은 적임자를 얻어서 맡기면 절반 이상 이뤄진 것(天下事 得人而任之 思過半矣/ 천하사 득인이임지 사과반의)’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재 등용의 좋은 말이 많아도 오늘까지 인사에 잡음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실천할 의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귀이천목(貴耳賤目) –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기다. 멀리서 들어온 것만 중시하다.
귀할 귀(貝/5) 귀 이(耳/0) 천할 천(貝/8) 눈 목(目/0)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흔한 것은 가치를 모르고 지나친다. 그래서 자꾸 눈을 딴 데로 돌린다. ‘남의 손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남이 잡은 일감이 더 헐어 보인다’는 속담대로다. 자기 밥의 콩은 항상 작아 보이고, 제 마누라는 고마움을 모르고 남의 부인은 미인으로 보인다. 자기 집의 닭을 하찮게 여기고, 들의 꿩은 훨씬 가치를 높게 여긴다는 家鷄野雉(가계야치)란 성어와 통한다. 같은 뜻의 귀를 귀하게 여기고(貴耳) 눈을 천하게 여긴다(賤目)는 이 말은 마음의 등불이라는 눈의 가치를 낮춰 본 것이 아니라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말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먼 곳에 있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고, 가까이에 있는 것을 대단찮게 본다. 또 옛것은 귀하게 여기고 새 것은 하찮게 여긴다는 貴古賤今(귀고천금)과 같이 보면 복고주의적 성격이 강한 중국인들의 풍조를 꼬집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 漢(한)나라 초기의 유학자 桓譚(환담, 기원전24~기원후56)의 ‘新論(신론)’에 잘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 세상 사람들은 먼 곳의 소문만 중하게 여기고, 가까운 데서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천한 것으로 여긴다면서 이어진다. ‘세상 사람들은 옛것을 귀하게 여기고 지금 것을 비천하게 여기며, 귀로 들은 것을 귀하게 여기고 눈으로 본 것을 천한 것으로 여긴다(世咸尊古卑今 貴所聞 賤所見/ 세함존고비금 귀소문 천소견).’
後漢(후한)의 문인 겸 과학자인 張衡(장형, 78~139)은 ‘東京賦(동경부)’에서 더 신랄하게 꾸짖는다. ‘세상에서 말하기를 후학들이 속뜻은 모르고 겉만 이어받아 전하며, 들은 것만 귀히 여기고 눈으로 본 것은 천하게 여긴다(所謂末學膚受 貴耳而賤目者也/ 소위말학부수 귀이이천목자야).’ 末學(말학)은 천박한 학문, 膚受(부수) 역시 피부에 받아들인 피상적인 학문이란 뜻. 잘 알지 못하는 이론이나 귀로만 전해들은 지식을 더 신뢰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전해들은 이야기를 무작정 믿고,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한 것을 뒷전으로 미룬다는 것은 무조건 서구 것만 좋다는 세태를 꾸짖는 말이다. 외국 이론을 들이더라도 우리 실정에 맞게 응용하지 않고 도입하다 탈이 난다. 외국의 유행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도 분별 있는 태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질풍경초(疾風勁草) -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강한 풀, 꿋꿋한 절개를 가진 사람
병 질(疒/5) 바람 풍(風/0) 굳셀 경(力/7) 풀 초(艹/6)
풀은 약하다. 건드리면 스러진다. 그러나 어깨를 겯고 힘을 합치면 적장을 잡고 원수를 갚게 해준다. 結草報恩(결초보은)이 말해주는 고사다. 풀은 약하지만 생명력은 질기다. 보통 백성을 말할 때 民草(민초)라 하는데 바로 떠오르는 시가 있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다. 이처럼 질긴 생명력을 나타내는 속담도 있다. ‘빠른 바람에 굳센 풀을 안다’는 마음의 굳은 의지와 절개는 시련을 겪고 나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말이다.
이와 똑 같은 뜻의 말이 모진 바람(疾風)에도 꺾이지 않는 강한 풀(勁草)이란 이 성어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를 당해도 뜻을 꺾거나 굽히지 않는 절개 있는 사람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모진 바람이 불면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역경을 겪어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 後漢(후한)의 명장 王覇(왕패)의 의리를 치하해서 光武帝(광무제)가 말한 데서 나왔다. 范曄(범엽)이 쓴 ’後漢書(후한서)‘ 왕패전에 내력이 실려 있다.
외척 王莽(왕망, 莽은 풀 망)이 漢(한)을 멸망시킨 뒤 新(신)나라를 세워 개혁정책을 펼쳤으나 실패하고 나라는 더 어지러워졌다. 하급관리를 지내던 왕패가 친구들을 이끌고 훗날 광무제가 되는 劉秀(유수)의 휘하에 들어갔다. 유수가 어진 인재들이라며 받아들여 곳곳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유수가 허베이河北성을 평정할 때 고난이 이어지자 왕패를 따랐던 수십 명이 대열을 이탈했다. 유수가 개탄하며 왕패에게 말했다. ‘나를 따랐던 사람이 모두 떠나고 그대만이 남았소. 세찬 바람이 불어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는 법이오(從我者皆逝 而子獨留 疾風知勁草/ 종아자개서 이자독류 질풍지경초).’
유수가 본대로 왕패는 죽음을 무릅쓰고 주군의 목숨을 구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더욱 신임을 받았다.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견뎌낸 동지들이 더욱 뜻을 같이 하여 목표한 바를 잘 펼칠 수 있다. 날이 차가워진 연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는 歲寒然後 松栢後凋(세한연후 송백후조)란 말도 사람됨을 나타낸 말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목광여거(目光如炬) – 눈빛이 횃불같이 빛나다, 몹시 화가 나다, 뜻이 높고 원대하다.
눈 목(目/0) 빛 광(儿/4) 같을 여(女/3) 횃불 거(火/5)
눈은 마음의 등불이라 했으니 눈이 맑으면 온 몸이 맑을 것이다. 온화한 마음으로 남을 대할 때는 눈에 잔뜩 친절이 배어난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듯이 해를 끼치는 상대에까지 친절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서양 격언처럼 ‘시선은 칼’이고 우리 속담에 있듯 ‘눈에 쌍심지가 오른다’. 옛날 중국 晉(진)나라의 阮籍(완적)이란 사람은 친한 사람에겐 靑眼(청안)으로, 거만한 사람은 白眼(백안)으로 대했다고 했다. 가까이는 전 대통령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와 장관들이 꼼짝 못했다는 말도 있었다.
눈에 불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눈빛(目光)이 마치 횃불같이 이글거린다면(如炬) 무지하게 화가 많이 났겠다. 실제 성어의 주인공 檀道濟(단도제, ?~436)는 30여 차례나 전장에 나가 큰 공을 세웠음에도 시기하는 무리들에 붙잡혀 죽게 되니 그럴 만도 하다. 南北朝(남북조)시대 宋(송)을 세웠던 武帝(무제)의 북벌에 참여한 장군 단도제는 그 공으로 護軍(護軍)에 봉해졌다. 무제가 임종하면서 그의 아들 文帝(문제)가 즉위하자 더욱 중용됐다. 北魏(북위)가 쳐들어왔을 때 都督(도독)으로 참전하여 결국 남침을 저지했다. 문제는 단도제의 공을 인정하여 그의 아들까지 요직에 앉혔다. 그러고도 일부 신하들이 그를 음해하지 않을지 항상 신경을 곤두세웠다.
몇 년 뒤 문제가 중병을 앓게 되자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彭城王(팽성왕)으로 있던 劉義康(유의강)이 장수 劉湛(유담)과 음모를 꾸몄다. 그들은 거짓으로 북위가 쳐들어온다며 임지에 있던 단도제를 수도 建康(건강)으로 불렀다. 문제의 병세가 조금 호전되자 작별을 고하고 돌아가려는데 유의강 일당이 모반죄로 덮어 씌었다. 단도제는 졸지에 화를 당하게 되자 몹시 화가 나 그 눈빛이 마치 횃불과 같았다(道濟見收 憤怒氣盛 目光如炬/ 도제견수 분노기성 목광여거). 그리고는 관을 팽개치며 말했다. ‘너희들이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려느냐(乃壞汝萬里長城/ 내괴여만리장성)?’ ‘南史(남사)’ 단도제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눈에 불이 번쩍이면 무섭다. 노기를 띠고 바라볼 때는 무섭지만 어떤 일에 완전 몰두할 때도 눈이 번득인다. 眼光(안광)이 紙背(지배)를 徹(철)한다는 勉學(면학)의 태도도 그렇다. 횃불같이 밝은 눈은 몹시 화를 내는 비유에서 식견이 높고 원대함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변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카카오에 정보 주지 마".. 부동산 매물 독점한 네이버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와 계약을 맺은 부동산 정보 업체가 카카오에 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네이버에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특별전담팀이 맡은 사건에 대한 첫 번째 제재다. 네이버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배타조건부 계약을 맺으면서 카카오에 정보 제공을 막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10억 3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03년 3월 부동산 정보 업체와 제휴를 맺고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후발 업체인 카카오는 2015년 2월 네이버 제휴업체 8곳 중 7곳과 제휴를 맺고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를 하려고 했지만 네이버의 방해로 실패했다. 네이버는 그해 5월 제휴 업체들과의 계약서에 부동산매물검증센터(KISO)를 통해 확인된 매물 정보의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었고, 이듬해 5월엔 이 조항을 위반하면 계약을 즉시 해지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카카오는 2017년 초에도 네이버와 제휴 비중이 낮은 부동산114와 업무협약을 맺으려다 포기했다. 네이버가 이번엔 KISO에 검증을 의뢰한 모든 매물 정보도 3개월간 제3자 제공을 금지하겠다고 업체들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고, 2018년 4월 이후 부동산 서비스를 직방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업체들과 카카오 제휴를 방해한 기간 네이버는 전체 부동산 매물 건수의 40% 이상(2886만 1635건), 순방문자수(UV) 70% 이상(2억 8414만 4000회), 페이지뷰(PV) 70% 이상(136억 9523만 1000회)의 시장점유율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다. 공정위는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 상대방이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한 ‘멀티호밍(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차단’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쇼핑과 동영상 등 다른 분야 불공정 행위도 조사·심의하고 있다.
네이버는 “확인 매물 정보는 2009년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개발한 서비스로 관련 특허도 2건 확보했다”며 “무임승차를 막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일단 \만들고 보는\ 마이너스통장
올 들어 5대 시중은행에서만 42만 건 이상의 마이너스통장이 새로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주택·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우선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의 계좌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신규 발급된 개인 마이너스통장은 42만8178건을 기록했다. 작년 1~8월(35만9101건) 대비 19.2% 늘어났다.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이 한 사람에 1~2개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30만 명이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마이너스통장에서 실제 사용한 돈은 44조75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2조4000억원)보다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당장 돈이 필요해서 마이너스통장을 열어 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언제든지 자금을 동원할 수 있고 이자도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주택과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사람과 경기 악화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올 들어 42만건 신규 발급
"너도나도 돈 빌리는 분위기…가계 건전성 악화 우려"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달 처음으로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개설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재정 상황이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주변에서 무급휴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도 준비해둬야 한다는 불안감이 들었다”며 “지금처럼 조건이 좋을 때 마이너스통장을 열어놓고 생활비로 쓰거나 증시에 좋은 투자 기회가 있을 때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은행권에서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박씨처럼 ‘만약’을 대비하려는 수요가 몰린 탓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극대화됐다는 얘기다. 유례없이 낮아진 금리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 “필요없어도 미리 뚫어놓자”
6일 한국경제신문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발급 통계를 분석한 결과 소진율(한도 대비 대출액 비중)은 은행별로 각각 30~40%대에 머물렀다. 대부분 지난해보다 줄었다. A은행은 올해 8월 소진율이 32.47%로 전년 동월(33.66%) 대비 감소했다. B은행과 C은행도 지난해 8월 각각 46.3%와 31.7%에서 올해 8월 44.7%, 31.0%로 떨어졌다. 소진율 하락은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늘었지만 실제 자금을 융통한 규모가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아서다. 올 들어 8월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 발급은 42만 건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당장 대출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은 금리가 더 낮은 신용대출을 선호한다”며 “주택과 주식 시장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금리도 낮은데 ‘돈 쓸 곳이 없겠느냐’는 심정으로 마이너스통장을 열어두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부동산 시장 규제 이후 마이너스통장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식 대출을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로 집을 사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은행의 일선 영업창구에서 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 마이너스카드까지 재등장
개인 대출 수요가 늘어나자 ‘마이너스카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 마이너스통장과 비슷한 방식으로 수시로 쓰고 갚는 형태의 장기 카드 대출이다. 약정 기간과 한도를 정해놓으면 고정된 이자율로 이용 및 상환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달 우리카드가 마이너스카드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롯데카드도 이달 관련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불어난 마이너스통장 발급과 빚에 의존하는 사회 분위기가 향후 ‘부메랑’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미 신용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각 개인이 손쉽게 대출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총잔액은 124조2747억원이었다. 7월 말보다 4조755억원 불어났다. 개인들이 이미 발급받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고려하면 여기에 추가로 수십조원의 대출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너도나도 빚을 끌어다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 넣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가계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경제-
◇ 주말에 직원들 주차장에 불러 ‘자가용 회의’한 시장님
6일(일요일) 오후 남양주 이패동 체육문화센터 주차장에 차량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제10호 태풍 하이선 대응’과 ‘코로나 확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남양주시 간부들이었다.
남양주시는 이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드라이브 인(Drive in) 비상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드라이브 인’ 회의는 각자의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활용하여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남양주시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갑작스런 시청 셧다운 상황 등에 안정적으로 비대면 회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끝에 시범적으로 이 방식의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조광한 시장을 비롯하여 실.국.소.원장과 읍면동장들이 참석하여 각자의 차량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 뒤 읍면동장이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대한 조치사항을 본부에 휴대전화 연결을 통해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조광한 시장은 “휴일에 긴급회의를 소집해 미안하지만 이번 회의는 지난번의 태풍보다 강력한 태풍이 예상된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최근 들어 굉장히 우려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가 다양한 방법으로 비대면 회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회의가 집중력 있게 이루어진 것 같다. 앞으로 드라이브인 비대면 회의를 연습해 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작년 겨울 아프리카돼지열병부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마스크확보와 공급, 최장기간의 장마, 연이은 태풍으로 직원들이 고생이 많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하여 휴식도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말 직원들의 고생을 걱정한다면 시장이 주말에 불필요한 회의는 소집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시청 셧다운 상황을 가정했다고는 하지만 요즘처럼 화상회의시스템이 잘 갖춰진 시대에 자가용 라디오 주파수 회의를 열었다는 것도 황당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시민은 “뉴스에 나오기 위한 목적이라면 성공하셨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