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8일 토요일

일엽지추ㅣ一葉知秋

일엽지추ㅣ一葉知秋

일엽지추ㅣ一葉知秋

○ 나뭇잎 한 잎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알다

○ 一(한 일) 葉(잎 엽) 知(알지) 秋(가을 추)

나뭇잎 하나가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안다는 뜻으로,한가지 일을 보고 장차 오게 될 일을 미리 짐작(斟酌)함. 작은 움직임만 보고도 전반적인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文錄(문록)이라는 책에 唐(당)나라 무명시인의 시구라며 인용한 ‘山僧不解數甲子 一葉落知天下秋(산 속 스님은 세월을 헤아리지 않고도, 낙엽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가 유명하다. 같은 당나라 李子卿(이자경)의 ‘聽秋蟲賦(청추충부)’라는 시에는 ‘一葉落兮天地秋(나뭇잎 한 잎이 떨어지니 천지는 가을이네)’라는 구절도 있다.

또 중국 前漢(전한)의 劉安(유안)이 쓴 ‘淮南子(회남자)’에는 고깃국이 끓고 있는데 그 맛이 궁금하다면 국을 다 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를 보면 한 해가 장차 저물려는 것을 알 수 있고, 병 속의 물이 언 것을 보면 천하가 곧 추워지리라는 것을 안다고 했다. 조선 후기의 문신 心庵(심암) 趙斗淳(조두순)도 비슷하지만 더 멋진 시구를 남겼다. ‘오동 한 잎 날리자 천하가 가을이라, 가을바람 가을비만 외로운 누각에 가득하네(一葉梧飛天下秋 秋風秋雨滿孤樓/ 일엽오비천하추 추풍추우만고루).’

난의포식ㅣ暖衣飽食

난의포식ㅣ暖衣飽食

난의포식ㅣ暖衣飽食

○ 따뜻한 옷에 음식을 배불리 먹음

○ 暖(따뜻할 난) 衣(옷 의) 飽(배부를 포) 食(먹을 식)

생활에 부자유스러움이 없음을 뜻함. 등문공(騰文公)이 맹자에게 신하를 보내 정전법(井田法)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군주께서는 인정을 베푸시고자 많은 신하 가운데 당신을 뽑아 내게 보내셨습니다.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십시오. 대체로 인정(仁政)이라는 것은 먼저 밭의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경계가 확실치 않으면 아무리 정전법을 시행하여도 균형이 깨어지며 관리의 녹도 그것에 의해 정해지거나 불공평한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기에 폭군이나 탐관이 있는 곳은 경계가 불확실한 것이 특징입니다. 경계를 확실히 정해 두면 정확히 밭을 분할할 수가 있고, 농작물의 수확량을 기초로 녹(祿)을 결정하는 게 쉬워집니다."

맹자는 말한다. "인간의 생활이란 분업을 하는 것입니다. 원시적인 자급자조만으로는 나라의 기틀을 공고히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당시 묵자의 영향을 받은 허행이라는 이가 송나라로부터 등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그는 거친 옷을 입고 자신이 지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언젠가 그는 등문공에게 임금도 백성과 마찬가지로 손수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 인물이었다.

"농기구나 그릇 등의 당장에 쓰지 않는 물건은 필요한 이웃의 쓰지 않은 물건과 바꾸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우 임금 같은 분은 여덟 해 동안 아홉 개의 큰 강을 막으셨으며 세 번이나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군왕과 선각자들이 강을 막고 농사 짓는 법을 가르쳐 주어 백성들이 따뜻한 옷을 입고 배불리 먹고 사는 것(暖衣飽食)이 아니겠습니까."

남곽람우ㅣ南郭濫釪

남곽람우ㅣ南郭濫釪

남곽람우ㅣ南郭濫釪

○ 속여 외람되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

○ 南(남녁 남) 郭(성둘레 곽) 濫(넘칠 람) 釪(사발 우)

남곽이 함부로 우(대나무로 만든 악기로 피리의 일종이다)를 분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외람되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다.

제나라의 선왕이 사람을 시켜 우를 불도록 할 때는 반드시 3백 명이 하도록 했다. 성곽 남곽이라는 처사도 왕을 위해 우를 불기를 원했다. 선왕은 그것을 기뻐하였으며, 이렇게 하여 수백 명이 쌀을 받게 되었다. 선왕이 죽고 민왕이 즉위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 연주하는 것을 듣기 좋아하였다. 그러자 처사는 달아났다.

일설에 한의 소후가 이런 말을 했다. "우를 부는 자가 많으므로 나는 그들 가운데 뛰어난 자를 알지 못한다." 그러자 전엄이 대답하여 말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불도록 하여 들어 보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능력이 없으면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더러 있다.

대부분은 능력에 따라 자리를 부여 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독서삼도ㅣ讀書三到

독서삼도ㅣ讀書三到

독서삼도ㅣ讀書三到

○ 독서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 깨우쳐야 한다

○ 讀(읽을 독) 書(글 서) 三(석 삼) 到(이를 도)

독서(讀書)의 법은 구도(口到)ㆍ안도(眼到)ㆍ심도(心到)에 있다 함이니, 즉 입으로 다른 말을 아니하고, 눈으로 딴 것을 보지 말고,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고 반복(反復) 숙독(熟讀)하면, 그 진의(眞意)를 깨닫게 된다는 뜻이며, 독서하는데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 깨우쳐야 한다는 뜻, 책을 읽어 삼도(三到)에 빠진다는 말로, 정신을 집중하여 책을 읽는 것을 뜻함.

책을 읽을 때는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정신을 집중하라는 말로, 삼도란 심도(心到), 안도(眼到), 구도(口到)를 가리킨다. 마음과 눈과 입을 함께 기울여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독서삼매라고도 한다. 본래 삼매(三昧)란 불교에 있어서의 수행법으로,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시켜 감각적 자극이나 그 자극에 대한 일상적 반응을 초월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삼매에 빠지면 옆에서 벼락이 쳐도 모르는 것이다. 삼도(三到)도 그런 경지를 의미한다.

동양권에서의 교육열은 예부터 대단하여,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첫머리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하였고, 맹자(孟子)도 진심편(盡心篇)에서 군자에게는 세 가지의 즐거움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그를 교육하는 것(得天下英才而敎育之)’이라고 하였다. 송대(宋代)의 주자는 다음과 같은 권학가를 지어 학문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하고 있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금방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잠깐의 시간이라도 가벼이 하지 말라.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 못가의 풀들이 봄꿈에서 깨기도 전에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 마당가의 오동나무 잎이 가을 소리를 낸다.

민심무상ㅣ民心無常

민심무상ㅣ民心無常

민심무상ㅣ民心無常

○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고 늘 변한다.

○ 民(백성 민) 心(마음 심) 無(없을 무) 常(떳떳할 상)

백성들의 마음(民心)은 일정하지 않고 정치가 하는 바에 따라 착하게도 되고 무섭게 변하기도 하는(無常) 것이다. 민심이 天心(천심)이라는 말도 있다. 天道敎(천도교)의 중심교리이기도 한 人乃天(인내천)은 사람이 곧 하늘이란 뜻이면서 세상 민심이 하늘의 뜻이라는 의미도 동시에 지녔다고 한다.

예부터 중국에선 천하를 얻기 위해선 백성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성군 堯舜(요순)이 추앙받는 것도, 폭군 桀紂(걸주)를 지탄하는 것도 백성을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갈렸다. 孟子(맹자)가 이에 대해 잘 설명한다.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들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桀紂之失天下也 失其民也 失其民者 失其心也/ 걸주지실천하야 실기민야 실기민자 실기심야).’ 離婁上(이루상) 편에 나온다.

민심은 늘 변한다는 성어는 春秋(춘추) 이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書經(서경)’에 등장한다. 항상 숭상해야 한다고 尙書(상서)라고도 한다는 책이다. 요순과 夏(하), 殷(은) 다음의 周書(주서) 蔡仲之命(채중지명)편에 실린 내용이다. 채중지는 모반을 꾀했던 부친과는 달리 현명한 사람으로 周公(주공)의 추천을 받고 蔡(채) 땅의 제후로 봉해진 사람이다. 부분을 인용해보자. ‘하늘은 특별히 누구에게만 가까이하는 일 없이 오직 덕 있는 사람이면 그를 돕는다,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아니하여 오직 혜택을 주는 사람에게 따르게 마련이다(皇天無親 惟德是輔 民心無常 惟惠之懷/ 황천무친 유덕시보 민심무상 유혜지회).’ 泰誓中(태서중)편의 ‘하늘은 우리 백성들의 눈을 통해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들의 귀를 통해 듣는다(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 천시자아민시 천청자아민청)’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경국대업ㅣ經國大業

경국대업ㅣ經國大業

경국대업ㅣ經國大業

○ 나라를 다스리는 큰 사업

○ 經(다스릴 경) 國(나라 국) 大(큰 대) 業(업 업)

중국 문학에서는 조조, 조비,조식을 삼조(三曹)로 칭하여 이들의 문학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 삼부자는 중국역사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지만, 문학을 특히 좋아하여 그 당시 문학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조비는 일찍이 문학의 중요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문장은 나라를 다스리는 큰 사업이며, 영원히 이루어야 할 일이다.“

지금부터 무려 1700여 년 이전 식견을 가졌다니 놀랍다. 문학은 우리의 삶 그 자체요 길잡이다.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말해 주는 기준이 바로 문학이다. 후세에 영원히 남겨 줄 수 있는 문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낙천금ㅣ一諾千金

일낙천금ㅣ一諾千金

일낙천금ㅣ一諾千金

○ 한 번 승낙한 약속은 천금과 같다, 약속을 중히 여김

○ 一(한 일) 諾(허락할 낙) 千(일천 천) 金(쇠 금)

한 번 승낙(承諾)하면 그것이 천금(千金)과 같다는 뜻으로,약속(約束)을 반드시 지킴을 이르는 말이다.

초(楚)나라 패왕(覇王) 항우(項羽)의 부하 중에 계포(季布)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체면을 소중히 여기고 신의를 지키는 임협(任俠)으로 알려져, 한번 허락한 이상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초나라 사람들은 이런 그를 두고, “황금 백근을 얻는 것은 계포의 일낙을 얻는 것만 못하다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 하였다. 그는 한(漢)나라의 고조(高祖)와 싸울 때는 초나라의 대장으로 많은 전공을 올렸지만, 항우가 패하자 천금(千金)의 현상금이 걸린 쫓기는 몸이 되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그를 팔지 않았다. 추적의 손길이 뻗치자 스스로 노예가 되어 노(魯)나라의 주가(朱家)에게 팔려 갔다. 주가도 이 노예가 계포임을 알고 지켜 주었다. 그 뒤 하후영의 주선으로 사면되어 낭중(郎中)이 되었으며, 혜제(惠帝) 때에는 중랑장(中郞將)이 되었다. 사기(史記) 열전편(列傳篇) ‘계포조’의 이야기이다. ‘일낙천금’이란, 이 ‘계포의 일낙’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이것이‘확실한 약속’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아수라장ㅣ阿修羅場

아수라장ㅣ阿修羅場

아수라장ㅣ阿修羅場

○ 싸움이나 재해로 큰 혼란에 빠진 상태

○ 阿(언덕 아) 修(닦을 수) 羅(벌일 라) 場(마당 장)

①전란이나 그밖의 일로 인(因)하여 큰 혼란(混亂) 상태(狀態)에 빠진 곳. 또는, 그 상태(狀態) ②아수라(阿修羅) 왕(王)이 제석천과 싸운 마당

불교 용어에서 유래한 阿修羅(아수라)는 梵語(범어) asura의 음역으로 추악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귀신이다. 원래 인도 신화에서는 얼굴도 셋이고 팔도 여섯 개(三面六臂/ 삼면육비, 臂는 팔 비)인 추악한 악신이었다.

불교에 처음 들어왔을 땐 불법을 수호하는 八部衆(팔부중)의 하나로 선신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하늘을 지키는 帝釋天(제석천)과 싸워 패한 이후 증오심이 가득한 악신, 일명 戰神(전신)이 됐다. 걸핏하면 화를 잘 내고 성질이 포악해서 좋은 일이 있으면 훼방 놓기를 좋아했다. 아수라는 욕심 많고 화 잘 내는 사람이 죽어서 환생한 축생이라고 하니 이들이 모인 곳은 시끄럽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하늘과 싸울 때 아수라가 이기면 빈곤과 재앙이 오고, 져야 풍요와 평화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이 선행을 행하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아수라에 이긴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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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편인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Mahabharata)에는 주신 비슈누(Vishnu)의 원반에 맞아 많은 피를 흘린 아수라들이 다시 칼, 곤봉, 창으로 공격을 당하여 시체가 피를 흘리며 산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나 처참한 광경을 아수라장이라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므로 눈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하게 흐트러진 현장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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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ㅣ惻隱之心

측은지심ㅣ惻隱之心

측은지심ㅣ惻隱之心

○ 남의 불행(不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 惻(슬퍼할 측) 隱(숨을 은) 之(갈지) 心(마음 심)

사단(四端)의 하나로, 남의 불행(不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맹자는 누구나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다는 마음이 있다고 주장하며 재미있는 어린아이와 우물 이야기를 예로 든다.

公孫丑(공손추) 상편에 있는 내용을 보자. 한 어린아이가 우물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누구나 다 깜짝 놀라며 불쌍히 여기게 된다(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견유자장입어정 개유출척측은지심). 怵은 두려워할 출, 惕은 두려워할 척. 이는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제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동네의 친구들에게 어린아이를 구해 주었다는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며, 어린아이를 구해 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소리가 싫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자 공손추에게 문답을 통해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강조한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인의 단서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의 단서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단서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의 단서이다(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측은지심 인지단야 수오지심 의지단야 사양지심 예지단야 시비지심 지지단야).’

할머니의 장날

할머니의 장날

할머니의 장날

시골에서 고향을 지키며 사는 할머니가 밭에서 정성스럽게 가꾼 여러가지 채소를 장에나가 내다 팔았습니다.

할머니는 장이서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한눈에도 보기좋게 더미를 잘 묶어 놓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정성들인 유기농 채소란걸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벌써 장터에는 사람들로 이내 북적였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가격을 물어보다, 보기에도 좋은 나물과 채소가 생각보다 가격이 훨씬 싼편이라 욕심이나서 몽땅 살테니 가격을 깍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몽땅 다 한꺼번에 절대로 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실 장에 나온 이유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온다고 했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이 흥정 할땐 못이기는척 하며 싸게 팔고 흠을 잡는 사람에게는 "내가 얼마나 정성드려 키운건데요" 라며 큰소리 치며 팔았습니다.

이래저래 만나는 사람들마다 각양 각색의 성격과 개성 때문에 할머니의 기분과 감정도 춤추듯 넘실 거렸습니다. 한마디로 할머니에게는 장사라기보다는 재미였습니다. 할머니는 이런 사람 사는 맛을 사랑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암만 천천히 팔려고 해도 오후 해가 아직 한걸음이나 남았지만 나물이랑 채소가 이미 동이나고 말았습니다.

보따리 속에 싸가지고온 도시락을 다 비운터라 주섬주섬 가벼운 봇짐을 챙겨 이곳 저곳을 구경도 다녔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친구가 참 많았습니다.

낼은 이웃 읍내의 장날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물어 가는 해도 미소를 짓는듯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가의 꽃들도 환하게 반기는듯 했습니다. 할머니는 내일 또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려는 기대감에 마음이 무척 설레었습니다. 날마다 사람들을 만나는 하루를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매일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짜증으로 보냈는지 사랑으로 보냈는지..또 하루동안 사람들을 짜증으로 만났는지 무감각으로 만났는지 아님 할머니처럼 사랑으로 만났는지 생각해 봅니다.

어쩜 몽땅 다 사겠다고 한 아주머니의 유혹에 다 팔고 또다시 가져와서 빨리 또 다 팔려고 하루 하루를 욕심으로 삶을 채웠는지 자꾸만 반문해 봅니다.

모든게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보일땐 이미 너무많은 세월을 흘러 보냈을 때가 허다합니다. 하루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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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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