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경(黥)을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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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의식 수준이 낮을수록 욕설(辱說)과 비속어(卑俗語)가 많다고 한다. 욕설은 대개 좌절감이나 분노의 감정에서 나온다. 욕설을 많이 쓰는 사회는 그만큼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일이 많다. 욕은 한자로는 욕(辱)이라 쓴다. 예전 농기구로 쓰인 조개껍데기를 뜻하는 진(辰)과 손을 나타내는 촌(寸)을 합하여 만들었다. 즉, 농기구를 손에 든 모습이다. 경작 시기를 놓치게 되면 그 지역에서 욕을 당하기 때문에 부끄럽다는 의미이다. 또 농기구로 김을 매면 쉽게 옷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이름이나 명예를 더럽힌다는 뜻으로 쓰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거나 욕설은 남을 욕되게 하는 말,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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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중에는 예전 형벌 제도와 관련된 말이 많다. 예전에는 버릇없이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나무랄 때 경을 칠 놈이란 말을 하였다. 경(黥)은 고대의 형벌 가운데 하나로, 먹물로 이마나 뺨, 팔뚝 등에 글자를 새겨 넣는 형벌을 말한다. 도둑질을 하면 이마에 도둑질할 도(盜)자를 새겨 넣었고, 간통을 하면 간통할 간(姦)자를 새겼다. 이러한 경형(黥刑)은 먹물로 글자를 새겨 넣는다고 해서 묵형(墨刑)이라고도 하였다. 경(黥)은 뜻을 담은 ‘검을 흑(黑)’과 음을 나타내는 ‘경(京)’을 합한 글자이다. 이마에 글자를 새기고서야 부끄러워서 낯을 들고 바깥으로 나다닐 수가 없다. 말하자면 경형(黥刑)은 사회적으로 매장(埋葬)시키는 형벌인 셈이다. 육체적으로 가하는 형벌보다 더 잔인하다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영조 이후로 폐지되었다. ‘경을 칠 놈’이라는 말은 그만큼 큰 벌을 내릴 만큼 잘못을 저질었음을 나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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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말에 육시(戮屍)랄 놈이라는 욕도 있다. ‘육(戮)’은 ‘갈기갈기 찢는다’는 뜻이고, ‘시(屍)’는 ‘죽은 사람의 시신’이다. 곧, ‘육시(戮屍)’란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을 꺼내어 찢어 죽이는 형벌이다. 일설에는 사람을 여섯 토막으로 찢어 죽인 후 소금을 뿌리는 형벌이라고도 한다. 육시랄 놈은 육시(戮屍)를 할 놈을 줄여 쓴 말이다. 죽은 뒤에 다시 찢어 죽일 놈이라는 뜻이니 너무나 잔인한 욕이다. 예전에는 부모에게 받은 육체를 소중히 생각하였다. 그래서 고대 형벌은 주로 죄를 범한 정도에 따라 육체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행하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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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급살(急煞)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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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煞)은 ‘죽을 살(殺)자’와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살(煞)이란 사람이나 물건을 해치는 아주 독하고도 모진 나쁜 기운을 뜻한다. 원인 모를 병이 들거나, 까닭 없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살이 들었다거나 살이 끼었다고 말한다. 몸에 열이 나고 아프면 나쁜 기운이 들어와 몸이 으스스하다는 뜻으로 몸살이 들었다고 한다. 살(煞)은 ‘귀신이 사람에게 씌우는 나쁜 기운’이다. 살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한 곳에 정착하여 뿌리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사람은 역마살(驛魔煞)이 끼었다고 한다. 역마(驛魔)는 떠돌이 귀신이다. 살(煞) 중에서 가장 나쁘고 고약한 것이 급살(急煞)이다. 급살을 맞으면, 멀쩡하던 사람이 손 한번 써 볼 겨를도 없이 죽고 만다. 그러니 급살 맞을 놈이란 욕은 무시무시한 저주와 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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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