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염병(染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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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전쟁과 돌림병이었다. 특히 돌림병은 한번 돌기만 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가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위생 관념이 철저하지 못했던 탓이기도 하였고, 홍수나 가뭄이 들면 먹을 것이 부족하게 되고, 병균이 퍼져서 전염병(傳染病)이 돌았다. 전염병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것이 ‘온역(瘟疫)’으로 불리는 ‘장티푸스’였다. 한 사람만 걸려도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 순식간에 온 마을에 돌아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이 병은 삽시간에 높은 열을 일으키고 설사를 하다 죽게 만든다. 그래서 ‘뜨겁다’는 뜻의 온(溫)자를 써서 ‘온역(溫疫)’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전염성이 워낙 강하였기 때문에 ‘옮긴다’는 뜻의 ‘염(染)자’를 써서 염병(染病)이라고도 하였다. 흔히 욕설로 많이 쓰는 이런 염병할 또는 염병할 놈은 바로 ‘장티푸스에 걸려 죽을 놈’이라는 무서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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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병신(病身) 육갑(六甲)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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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病身)은 말 그대로 병든 몸, 즉 장애인을 가리킨다. 이 말에도 조롱(嘲弄)하는 뜻이 담겨 있으므로 욕설에 해당한다. 육갑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줄임말이다. 육십갑자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십천간(十天干)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십이지지(十二地支)를 결합하여서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으로 이어지는 60년 단위의 명칭을 가리킨다. ‘육십갑자(六十甲子)’는 보통 사람도 다 외우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몹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 터무니없는 엉뚱한 짓을 할 때 조롱하는 말로 ‘병신(病身) 육갑(六甲)한다’고 한다. 욕 가운데 해서는 안 될 가장 비열한 것이 신체적 결함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우리말 속담에 장님 단청 구경하듯이란 말이 있다. 장님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데, 절에 와서 울긋불긋한 단청(丹靑) 구경을 한다고 하니, 실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면서 보는 시늉만 하는 것을 놀리며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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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등신(等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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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等)은 같다는 말이다. 수학에서 =을 ‘등호(等號)’라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등신(等神)은 신(神)과 같다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좋은 말 같지만, 이 때 신(神)은 귀신이나 영혼이 아니라, 사람 모양으로 만든 신상(神像), 즉 짚이나 흙 등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형상을 가리킨다. 짚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놓았으니 형상만 사람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등신(等神)은 어리석은 사람 또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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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