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삼계탕과 영계백숙

삼계탕(蔘鷄湯)은 인삼과 찹쌀, 대추 등을 닭의 뱃속에 넣고 실로 꿰매 푹 고은 것이다. 옛날부터 한여름의 무더위를 이기는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백숙(白熟)이란 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푹 고은 것을 말한다. 영계는 원래 연계(軟鷄)에서 나왔다. 연(軟)은 부드럽고 연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연계(軟鷄)는 병아리보다 조금 큰, 살이 연하고 부드러운 중간 크기의 닭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 ‘영계’는 영어의 ‘YOUNG’을 연상해서인지 나이 어린 남녀를 가리키는 비속어(卑俗語)로 좋지 않은 뜻을 나타낼 때가 많다. 사람을 두고 잡아먹는 닭에 견주어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2.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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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거나, 거창하게 시작한 일이 하는 둥 마는 둥 끝날 때 흐지부지라고 표현한다. 순 우리말 같지만 실은 사자성어인 휘지비지(諱之秘之)가 변한 말이다. 휘(諱)는 꺼린다는 뜻이다. 죽은 사람이나 높은 이의 이름을 가리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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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秘)는 비밀로 감추어 숨긴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휘지비지’는 자꾸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꺼려져서 드러나지 않도록 감춘다는 의미이다. ‘휘지비지’를 쉽게 소리 나는 대로 적다 보니 흐지부지가 되었다. 원래의 의미도 흐지부지 잊혀져 일의 결말이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사라져 버렸을 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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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부모나 임금님의 이름자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런 것을 ‘기휘(忌諱)’라고 한다. 기(忌)는 \꺼린다\는 뜻이니, 기휘는 돌아가신 조상이나 높은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린다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이름자를 입에 올릴 때에는 반드시 "무슨 자 무슨 자를 쓰십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성씨 다음에는 \자\를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이름자가 홍길동이면, 흔히 "제 아버님은 홍 자 길 자 동 자를 쓰십니다."라고 하면 옳지 않다. "제 아버님은 홍, 길 자 동 자를 쓰십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다.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분의 이름을 말할 때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예의이다.

3. 가게

가게는 ‘물건을 파는 집’을 가리킨다. 우리말인 것 같지만, 원래 한자말인 ‘가가(假家)’에서 나왔다. ‘가가(假家)’는 글자 그대로 ‘가짜假 집家’이다. 정식 건물이 아니라 길가나 장터 같은 데에서 물건을 벌여 놓고 팔기 위하여 임시로 지은 집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길가의 가판대나 포장마차 같은 것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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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가(假家)’가 발음이 편한 대로 말하다 보니 ‘가게’로 바뀌었다. 우리말 속담에 가게 기둥에 입춘방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입춘(立春)’이 되면 집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같은 입춘방(立春榜)을 써붙였는데, 제대로 된 집도 아닌 가게 기둥에 입춘방을 써붙이니 제격에 맞지 않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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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