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개거품? 게거품?
“미친 듯이 화를 내며 개거품을 물고 따지다.” 등과 같이 ‘개거품’은 생활 속에서 꽤 쓰이는 말이다. ‘개망나니’ ‘개떡’ ‘개살구’ 처럼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나 좋지 않은 물건을 지칭할 때 ‘개’가 들어가는 단어가 많다 보니, ‘개거품’을 바른말로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이 몹시 괴롭거나 흥분했을 때 입에서 나오는 거품 같은 침”을 일컫는 말은 ‘개거품’이 아니라 ‘게거품’이 바른말이다.
우리의 밥상에도 자주 등장하는 ‘게’는 위험에 처하거나 주변 환경이 바뀌면 입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뿜어낸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게거품(을) 물다’ 이다. 하지만 ‘개’가 입가에 잔뜩 침을 흘리며 으르렁거리는 경우도 있으니 ‘개거품’ 도 말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때도 ‘개거품’은 쓸 수 없다. 물론 “개가 입에 거품을 물고 으르렁거렸다”로는 쓸 수 있지만, 이를 “개가 입에 개거품을 물고 으르렁거렸다”가 아닌 ‘게거품’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덧붙여, ‘게’와 관련해서 잘못 쓰기 쉬운 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게껍질’이다. 게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게껍질에 밥을 비벼먹으면 정말 맛있다.”라고 한다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뜻하는 말로, 사과껍질ㆍ귤껍질 등에서 쓸 수 있다. ‘게’의 등짝처럼 딱딱한 겉부분은 ‘껍질’이 아니라, 조개껍데기, 달걀 껍데기처럼 ‘껍데기’라고 해야 옳다. 그러면 의미상으로 게껍데기가 맞는 표현이 되어야 하지만, ‘게’의 경우는 딱딱한 등짝을 가리키는 말로 ‘게딱지’로 쓰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게딱지’가 “게의 등딱지”로 풀이돼 있다. 여기서 ‘딱지’는 “게나 거북 따위의 몸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를 뜻하는 말이다.
2. 이판사판(理判事判)
조선시대 사찰에는 이판승과 사판승의 구별이 있었다. 이판(理判)이란 참선하고 경전을 강론하기도 하고 수행하는 스님이다. 속칭 공부승(工夫僧)이라고도 한다. 사판(事判)은 생산에 종사하고 절의 업무를 꾸려나가고 사무행정을 해나가는 스님들이다. 속칭 산림승(山林僧)이라고도 한다. 이판과 사판은 그 어느 한쪽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 관계를 갖고 있다. 이판승이 없다면 부처님의 지혜로운 말씀이 실천되지 않을 것이고, 사판승이 없으면 가람이 존속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조선이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국교로 세우면서 스님은 성 안에 드나드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이 때문에 조선에서 스님이 된다는 것은 이판이건 사판이건 천한 신분계급을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막다른 마지막 선택이고, 이판이나 사판은 그 자체로 끝장을 의미하는 말로 전이되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이나 처지가 되는 것’,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을 뜻하고 뾰족한 묘안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조선뿐만 아니라 일제와 8·15광복 후의 건국 초기에도 불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서로 분열 반목케 하여 이판사판은 더욱 부정적 이미지로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뾰족한 대안이 없을 때 무의식으로 이판사판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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